베네수엘라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굶주림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베네수엘라 대표팀은 비록 잉글랜드와 결승전에서 0-1로 석패,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자국민은 물론 축구팬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베네수엘라 축구인들은 U-20 대표팀의 기적이 자국 내 암울한 상황에 기인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ㆍ사회적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가 선수들의 정신력을 하나로 뭉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경제난에 시달리며 지난 3월 말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높은 범죄율, 식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사회 불안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동안 반정부 시위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70여 명에 이른다. 지난 8일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동쪽 차카오 지구에서 열린 집회 행진에 참여한 네오마르 란데르(17)군이 숨져 충격을 안겼다. 베네수엘라 축구대표팀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이끈 리차드 파에즈 전 감독은 “U-20 선수들은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말했다.
두다멜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 어린 선수들이 더 나은 베네수엘라를 만들 것”이라면서 “현재 축구는 우리 국민이 힘든 시기를 견디는 유일한 기쁨의 통로다. 매일매일 힘든 상황을 견디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큰 힘을 주고 싶다”라고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AFP통신은 “우루과이와 경기가 끝난 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많은 축구팬이 거리로 나와 경적을 울리며 기쁨을 나눴다. 반정부 시위로 위험한 시기에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전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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