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도부, 차기 대선구도 계산
샌더스 등 진보의 변화 요구 외면
공화당은 러 스캔들 출구 보이자
하원의장이 대통령 변호 나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청문회 증언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공세로 나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상반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탄핵과 분배ㆍ복지확대 정책을 놓고 일반 지지자들과 지도부 사이 갈등이 표면화하는 반면,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급속히 결집하는 모습이다.
미국 진보성향 시민들의 우상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10일(현지시간)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17년 인민정상회의(the People’s Summit)‘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를 싸잡아 공격했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했으나, 당선 이후 골드만삭스 회장을 경제고문으로 앉히고 상위 1% 부자들에게 10년간 3조달러 세금을 깎아 주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회는 상원과 하원 모두 극우성향 지도부에 장악되어 있다”고 공격했다.
전 세계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운동가들의 연례 모임인 이날 ‘인민정상회의’에서 급진성향 민주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절차 개시 ▦공영 의료보험체계의 도입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대학 무상등록금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요구와 거리를 두고 있다. 워싱턴의 정치평론가 카이스 코플러는 “현재 상황이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기 없는’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나올 경우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화와 행동을 요구하는 일반 지지자의 요구를 ‘정치공학적’ 계산을 우선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도부 지원 속에 조지아주 연방하원 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존 오소프 후보는 ‘트럼프 탄핵’을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도ㆍ보수 성향 표심을 얻기 위해서다. 그는 부자증세에도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분위기가 딴판이다. 완벽하게 정리된 건 아니지만, ‘러시아 스캔들’ 극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이 잇따라 대통령 변호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1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머스 맥아더(뉴저지) 하원의원을 위한 후원행사를 직접 주관했다. 맥아더 의원은 대선 초기부터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 인물이다. 미국 언론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개별 의원을 위한 행사를 주관한 것에 주목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내 친위세력 구축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공화당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도 크게 강화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를 정하는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 지지성향의 정치 신인이 최근 크게 약진했다. 이민ㆍ세금정책 등에서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코리 스튜어트 후보가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에드 길레스피 후보에게 크게 밀린다는 게 중론이었으나, 경선 투표일(13일)을 사흘 앞두고 이뤄진 일부 조사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시카고ㆍ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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