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32%로 1위 차지
18일 결선투표 결과 따라 577석 중
78%인 455석까지 장악 가능
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의회 0석’의 창당 1년 남짓 신생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 연합이 반세기 역사(1969년 창당)를 자랑하는 직전 집권 사회당 등 쟁쟁한 정당들을 대선 승리 한 달 만에 치러진 총선에서마저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지난달 7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주의와 포퓰리즘을 등에 업은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를 2배에 달하는 득표율 격차로 돌려세우며 엘리제궁 입성을 이뤄낸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프랑스 하원 선거 1차 투표에서 소속 정당 LREM연합이 전체 투표의 32%를 득표함에 따라 정당 득표율 1위의 ‘대업’을 이뤘다. 당선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 세계의 ‘스트롱맨’들과 당당히 맞서며 ‘프랑스의 자존심’을 추켜세우고 강력한 중도개혁 의지를 보인 젊은 지도자 마크롱이 두 번째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은 현 득표율 추세대로라면 18일 결선투표 결과 LREM이 최소 400석, 최대 455석까지 얻으리라 예측했다. 전체 577석 중 최대 78%가 마크롱 대통령 손에 떨어지는 셈이다. 1968년 샤를 드골 대통령이 총선에서 80%가 넘는 지지의석을 확보한 이래 가장 강력한 다수파 여당의 등장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십 년 간 좌우 정파로 양분됐던 구도가 무너지면서 프랑스 정치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풍경을 보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야당 일각에선 ‘심각한 일당독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왔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돌아왔다”며 “이번 일요일(18일) 의회는 공화국의 새 얼굴로 채워질 것”이라고 압승을 축하했다. 대선 직후만 해도 마크롱 대통령은 ‘코아비타시옹(분점 정부)’의 도래로 의회와 충돌하며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총선으로 오히려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 올여름 완수를 노리는 마크롱표 노동개혁안도 공화당 등의 도움 없이 무난히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불안 요소는 저조한 투표율. 11일 1차 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48.71%로 직전 2012년 총선의 57.23%에 크게 못 미쳤다. 프랑스는 코아비타시옹 출현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총ㆍ대선을 같은 해 치르기 때문에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회당ㆍ공화당 두 기성 양당은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철저히 조연에 머물렀다. 폴리티코유럽은 총선을 “양당의 장례식”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5년 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배출하며 총선에서도 331석을 차지했던 사회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이 30석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장크리스토프 캉바델리 당대표와 지난 대선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도 결선 진출조차 실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공화당도 기존 229석의 절반 가량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21%를 득표, 결선에 진출하며 기세를 올렸던 FN은 총선에서 전체표의 13%를 얻는데 그쳐 원내 교섭단체 형성 의석(15석)을 확보하겠다는 르펜의 목표는 무산되게 됐다.
약 200개 선거구에 정치 신인을 내세운 LREM의 선전으로 인해 프랑스 의회는 더 젊고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과 소수인종, 50대 이하 청년층이 대거 결선에 진출했다. 전직 투우사인 마리 사라(53)나 필즈상을 수상한 유명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44)처럼 대중적으로 화제가 된 인물도 의회 진출이 유력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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