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모두 부정적 여론 확대
‘북한 빌미로 日 방위력 강화’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정 체결은 오랜 금기였다. 이명박(MB) 정부말인 2012년 6월 협정 체결 40분 전 여론 반발을 의식한 정부가 외교적 결례를 감수하고 이를 취소한 일은 사안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한미일 3각 동맹 강화를 통해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박근혜 정부가 속전속결식으로 밀어붙인 협정 체결은 한국내 여론의 반발을 불러왔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협정 폐기 요구 목소리가 거셌고, 양국 방위협력에 대한 한국 내 여론에 영향을 줬다.
한국인들의 절반 이상(51.9%)은 한일 방위 협력 강화가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42.1%였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과반(52.4%)이었던 지난해 여론에서 반전된 결과다. 반면 일본인들의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는 의견이 53%로 절반을 넘었다. 다만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41%로 지난해(31%)보다 10%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양국 방위협력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으로 한일 관계 악화를 예상하고 있는 일본 여론의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정세를 근거로 일본이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에 양국 국민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한국인은 10명 중 7명(68.2%)가량이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나 일본인들은 10명 중 약 7명(66%)이 ‘타당하다’고 답했다. 일본인들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부근까지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는 북한의 군사행동을 실제적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한국인들은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이 있다 해도 이를 빌미로 평화헌법 개정 등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 노골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우경화 행보는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력한 반북 정서를 가진 한국의 보수 성향 응답자는 과반(54.2%)이 일본과 방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이들조차 절반 이상(55.7%)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반대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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