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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픽업 국내에 첫 선, 정부와 손발 안 맞아 삐걱

입력
2017.06.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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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 픽업

개방된 화물공간 갖춰 큰 인기

쌍용차 ‘보릿고개’때 효자 노릇

정부 “승용차냐 화물차냐” 난감

특소세 부과ㆍ차 이름 등 논란

픽업트럭은 국내에선 쌍용자동차가 독점하고 있다. 북미에선 픽업이 최다 판매 차종으로 주요 메이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과 전혀 딴판이다.

쌍용차가 무쏘 픽업 버전을 ‘무쏘 스포츠’란 이름으로 출시한 건 2002년이다. 개발 프로젝트명 P-100. 2001년 개발을 시작해 16개월간 450억원을 투자해 2002년 9월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신차발표회를 했다. 1,630만∼1,921만원의 가격대였다. 출시 보름 만에 1만9,000대가 예약될 정도로 주문이 폭주했다.

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실내 공간과 짐을 실을 수 있는 개방된 화물공간을 갖췄다. 무엇보다도 화물차로 분류돼 특소세(지금의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아도 됐고, 연간 자동차세도 2만8,500원에 불과했다. 가장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는 차였던 셈이어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차의 차종 다양화에도 한몫을 했다.

‘무쏘 스포츠’는 기존 ‘무쏘’ 대비 차체 길이를 275㎜ 키워 400㎏까지 적재가 가능한 데크를 확보했다. 벤츠가 설계한 2.9ℓ OM662LA 디젤 엔진을 장착해 120마력의 힘을 냈다. 유로 3 수준의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하게 하는 엔진이었다.

픽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지만 마냥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정부는 난감해했다. 승용차냐 화물차냐 정확한 분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난데없는 픽업의 등장에 정부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부처별로 견해가 엇갈렸다. 처음 무쏘 스포츠가 등장할 때 당시 건교부는 화물차로, 재경부는 승용차로 분류했다. 특소세를 부과하느냐 마느냐가 논란거리였다. 논란은 무쏘 스포츠가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난 2002년 12월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특소세 비과세 차량으로 결정된 것.

또 다른 논란이 이어졌다. 이름이 문제였다. 정부는 ‘스포츠’라는 이름이 승용차로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물차로 자동차세를 적게 내면서 승용차나 RV인 것처럼 오해를 부르는 이름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쌍용차는 2003년 3월,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하며 차 이름을 ‘무쏘 픽업’으로, 같은 해 9월에는 다시 무쏘 SUT로 이름을 변경한다. 픽업, 혹은 트럭이라는 이름을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정부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5인승 픽업으로 만들다 보니 화물칸은 1.67㎡에 불과했다. 화물칸을 넓게 만들 수 없었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었다. 정부는 2003년 화물칸 바닥 적재면적을 기존 ‘1㎡ 이상’에서 ‘2㎡ 이상’으로 강화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여기에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지속해서 강화돼 쌍용차의 발목을 잡았다.

무쏘 스포츠가 데뷔하던 2002년 9월은 쌍용차의 명운이 갈리던 시절이었다. 2001년 대우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쌍용차는 인수의향을 보였던 프랑스 PSA그룹이 인수를 포기하며 회사의 운명이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던 시기였다.

결국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되는 쌍용차에 무쏘 픽업은 효자 차종이었다. 데뷔 첫해 5,000대 판매를 넘겼고 2003년 3만4,000대, 2004년 2만2,000대, 2005년 1만3,000대 판매를 기록했다. 수출은 2006년까지 이어져 1만3,000대가 해외로 팔려나갔다. 총 판매 대수는 8만8,620대. 쌍용차가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었던 효자였던 셈.

무쏘 픽업은 2005년 생산을 중단하고 4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쌍용차 픽업의 역사는 이후 액티언 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로 이어가고 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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