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바다에 먼저 찾아왔다. 머드축제(7월 21~30일)가 한 달도 넘게 남았지만, 9일 보령 대천해수욕장에는 많은 여행객이 바다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3.5km 길이에 폭 100m(물이 빠지면 200m)에 달하는 백사장을 갖춘 서해안 대표 해수욕장엔 휴가철이 따로 없었다.
“끝없이 이어진 하얀 백사장, 파란 바다, 수평선 너머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 원색의 수영복 물결, 햇살을 가릴 만한 넉넉한 솔숲, 수평선 너머 아득히 떨어지는 낙조.....“ 보령시 안내책자의 자랑은 해변 자체에 맞춰져 있지만, 요즘 대천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해양 놀이시설 ‘짚트랙(Zip Trek)’과 ‘스카이바이크(Sky Bike)’다.
#바다 가로질러 “슈웅~~” 대천해수욕장 짚트랙
“출발 신호와 동시에 발만 떼시면 됩니다. 스리, 투, 원, 고(go)!” 슈웅~~. 도르래 마찰음에 와이어가 출렁거리고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온다.
대천해수욕장 짚트랙은 국내 최초로 해상에 설치한 레포츠 시설이다. 바다가 육지로 살짝 휘어들어간 해변 북측 들머리에 세운 52m 높이의 타워에서 바다 위로 613m를 가로지른다. 4개의 로프에 보통은 1명씩 타고 내려가지만, 꼭 붙어 있고 싶은 연인이면 함께 탈 수 있어 최대 8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튼튼하기 때문에 두려움만 극복한다면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누구나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발 아래로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며, 탁 트인 바다와 어우러진 수많은 주위 섬의 장관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설명서의 자랑. 하지만 그렇게 여유 부리며 주변을 둘러볼 만큼 간 큰 ‘용자’는 드물다. 1층에서 안전장구를 착용할 때만 해도 설레던 표정은 사라지고, 승강기를 오르면서 얼굴은 굳어지고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여자친구의 안쓰러운 웃음에 대꾸도 못하고 출발대에서 다리를 후들거리는 남성도 있었고, 바람을 가르는 속도감에 중간쯤 내려갈 때까지 눈도 뜨지 못했다는 여성도 있었다. 이용료는 1인당 1만8,000원.
짚트랙 출발점은 19층이고 타워 20층은 사방이 유리로 된 스카이라운지다. S자로 길게 휘어진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닥 네 귀퉁이는 투명 유리로 돼 있어서 또 다른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고공 조망 못지않게 낙조 전망대로도 각광받고 있다. 오후 11시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낮보다는 저녁 시간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입장료 5,000원(짚트랙과 스카이바이크 이용자는 3,000원)에 커피나 차 한 잔이 무료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도 판매한다.
#바다 위를 걷는 듯 스카이바이크
짚트랙은 무서워 못 타고, 그냥 돌아서기 아쉬운 이들에게는 스카이바이크가 제격이다. 짚트랙 바로 아래에서 출발해 대천항까지 왕복 2.3km를 돌아오는 해상에 설치한 레일바이크다.
짚트렉이 하늘을 나는 짜릿함을 선사한다면, 스카이바이크는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선로를 왕복으로 설치해 정체 없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마주 오는 탑승자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인사할 정도로 순탄하다. 중간 지점 바다로 튀어나온 지형에서 150도 정도 꺾어져 다소 아찔하지만 전체적으로 속도를 느낄 만한 경사는 없다. 4인이 함께 페달을 밟는 구조여서 큰 힘이 들지 않는 데다, 살짝 오르막 구간에는 전기로 움직여 더욱 편안하다. 바이크마다 대형 양산을 비치해 뜨거운 햇빛을 막을 수 있다. 이용료는 대당 승차 인원에 따라 2만2,000~3만원.
#덜컹덜컹 속도감 최고, 대천레일바이크
대천해수욕장에서 약 13km 떨어진 옥마산 자락에는 폐선로를 이용한 대천레일바이크가 있다. 보령시가 한국광해관리공단, 강원랜드와 공동 출자한 웨스토피아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다. 콘도와 9홀 골프장을 갖춘 리조트에서는 보령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출발지점인 옥마역은 한때 성주산 일대 탄광에서 생산한 석탄을 전국으로 수송하던 곳, 레일바이크는 이곳에서 남포역(폐역)으로 연결하던 선로의 일부 구간을 이용한다. 왕복 5km 선로 양편으로 한적한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건널목과 만나는 지점에는 안전요원으로 근무하는 마을 주민들이 손 인사를 건네 더욱 정감이 넘친다.
눈으로 보기엔 경사가 느껴지지 않지만, 내려갈 때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최고 시속 40km로 빠르게 달린다. 선로 이음새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생생하게 전달돼 체감속도는 60km를 넘나든다. 시원한 속도감에 돌아올 일이 슬슬 걱정되는데, 다리 힘 좀 써야 할 구간마다 전동시설을 갖추고 있어 크게 염려할 건 없다. 레일바이크는 평일 3회, 성수기와 주말은 6회 운행한다. 대당 이용료는 탑승인원에 따라 2만~2만6,000원.
보령=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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