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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코앞에 두고… 서울대병원, 새 정부 눈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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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코앞에 두고… 서울대병원, 새 정부 눈치 보나?

입력
2017.06.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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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 “정상적 절차 따른 것” 해명

9개월 전 ‘병사’ 진단 나왔을 땐

“담당 의사 재량… 외압 없어” 뒷짐

병사 진단서 외압 의혹 재점화

물대포 책임 수사 급물살 탈듯

1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씨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1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고 백남기씨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15일 서울대병원이 고(故) 백남기(사망 당시 69세) 농민이 사망한 지 9개월 만에 뒤늦게 사망의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꾼 데 대해 그간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문제를 키워왔던 병원 측이 정권이 바뀐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사망 원인이 외인사로 바로잡힘에 따라 물대포를 쏜 경찰의 책임 소재를 묻는 수사와 관련 민사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외압 의혹이 밝혀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갑자기 왜 태도 바꿨나

서울대병원은 백선하 당시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담당 전공의를 시켜 직접 사망원인으로 ‘심폐 정지’,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재토록 한 지난해 9월25일 이후 지금까지 애매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따르면 ‘외인사’로 기록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병사’로 기록한 것은 담당 의사의 재량에 속하며 외압도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병원측 입장이었다. 서울대병원은 대책위를 꾸려 백씨 사망 8일 만에 내놓은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입장을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갑자기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정상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이날 “의료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6개월간 논의해왔다”며 “그 어떠한 외부적 압력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권용진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 또한 “사망진단서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원로교수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고 조율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선 새 정부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지난 4월 13일 한 토론회에서 “고인(백씨)이 돌아가신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공개 선언을 하는 등 진상 규명 압력이 높아지자 부랴부랴 선제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장은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내달부터 감사원이 2008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병원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에 착수하는 점도 압박이 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정권이 바뀌면 사망 원인이 바뀐다는 것이 전문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ㆍ외압 의혹 진상규명 급물살 탈 듯

늦게나마 서울대병원이 백씨의 사망 원인과 사망 종류를 바로잡으면서 당시 외압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백씨의 사망 종류를 ‘외인사’로 규정할 경우 정권에 부담이 갈 것을 염려해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서창석 병원장이 백선하 교수 등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박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내다가 지난해 6월 취임한 서 병원장은 특검 수사 당시 자신이 주치의와 병원장이 되는 과정에서 (최순실 일가 주치의인) 이임순 교수의 영향력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지난 1월 백씨 유족이 서 병원장을 박영수 특검팀에 고소한 사건이 결론이 나지 않은 채 검찰로 이첩된 만큼, 검찰이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물대포를 쏜 경찰에 제기된 민ㆍ형사 소송 역시 이번 진단서 변경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족들은 백씨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직후인 2015년 11월 18일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경찰청장 등 관련자 7명을 살인 미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해 3월에는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경찰청 차원의 문책이나 징계 등은 없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의 책임을 입증하는 데 사망 원인 변경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만큼 백씨 사망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백씨 사망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경찰 차원의 추가 조사나 내부 문책 보다는 현 상황을 신중하게 바라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이날 “관련 입장은 내부 논의를 거친 뒤 16일 내놓겠다”는 입장만 발표했다. 내부적으로는 사인이 변경된 정확한 절차와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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