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경제적 도움 받거나
투잡 혹은 알바 병행하기도
“취업 급급해 빌려 썼는데..”
“삶을 지배할 줄은 몰랐어요”
3년차 직장인 임모(26)씨는 얼마 전 국세청으로부터 뜻밖의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대학 때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대출 받은 든든학자금 1년치 상환액을 목돈으로 갚지 않으면 다달이 월급에서 빼가겠다는 내용이었다. 임씨는 “물론 갚으려고 생각했던 대출이지만 계획이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임씨가 대학 4년 동안 등록금과 생활비로 대출한 돈은 이자를 포함해 3,500만원에 달한다. 20년에 걸쳐 갚으면 되기 때문에 우선 매달 10만원씩 갚고, 나머지는 나중에 퇴직금이나 연금저축보험 등으로 채우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환 통지에 따라 월 20만원을 추가로 갚아야 할 처지다. 임씨는 “한 달 버는 250만원으로 적금, 결혼 준비 등 빠듯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20만원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겨 버렸다. 원래 갚아오던 10만원까지 총 30만원을 대출 상환에 쓰려면 당장 주말 아르바이트 일거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취업만 하면 등록금, 생활비 부담에 늘 빠듯한 생활도 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직장인이 되어서도 짐을 벗지 못한 이들이 많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15일 공개한 ’20대 소비자 지출 패턴 집중 분석’ 결과, 조사에 참여한 20대 직장인 중 16.6%가 돈을 벌고 있음에도 여전히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된 원인 중 하나가 학자금 대출이다. 조사 대상인 직장인 18명 중 5명(28%)이 30만~50만원씩 학자금 대출을 상환했다. 20대 직장인의 한 달 소비(173만원)의 14%가 대출 상환이었는데, 식비(20.8%) 다음으로 비중이 높고 교통비(11.1%), 경조사(9.6%), 건강(9.5%)보다 많은 금액이다. 취업하자마자 빚에 허덕이는 셈이다. 임씨는 “학생 때 친구 몇몇은 이자만이라도 갚았지만 대부분 취업에만 급급해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렇게 부담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학생 때는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며 빌리는 데에만 신경을 쓰지만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이 삶을 지배할 줄은 상상치 못한 일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내놓은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연체자와 연체 금액 규모도 동반 상승했다. 학자금 대출액은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2015년 2조1,000억원으로 약 1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자는 33만1,470명에서 71만2,679명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연체자도 2009년 5만3,000명에서 2015년 5만8,000명으로 5,000여명 늘었고, 연체 금액은 같은 기간 2,394억원에서 2,991억원으로 약 600억원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 혹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20대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조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월급이 충분하지 않아 주말에 뷔페 등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직장인이 되면 생활이 넉넉할 줄 알았는데 은근 나가는 돈이 많았다. 언어 특기를 살려 주말에 대학생들을 상대로 과외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 참여자 18명 중 과외(1명), 외부업체 프로젝트 참여(2명), 주말 웨딩홀 서빙(1명) 등 4명(22.2%)이 원래 직업 이외의 부업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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