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남부 퀘타에서 지난달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8일 살해당한 20대 중국인 남성 2명이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다가 납치됐으며 이를 사주한 한국인을 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경찰이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된 한국인의 불법 선교활동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파키스탄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함에 따라 중국 내 반한감정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파키스탄 일간지 돈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 직속 연방수사국(FIA)이 12일 퀘타에 거주하는 한국인 서모씨 일가를 구속해 조사 중이다. 퀘타 경찰은 서씨가 IS에 살해된 중국인 리징양(24)ㆍ멍리스(26)를 비롯해 중국인 13명에게 현지어인 우르두어를 가르치고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도록 도왔다고 보고 있다. 이들 13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서씨의 유도로 파키스탄에 입국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1년 비즈니스비자로 파키스탄에 입국한 서씨는 ARK인포테크라는 업체의 공동 소유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르두어학원은 이 사업체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퀘타 경찰에 따르면 이는 선교활동을 가리기 위한 위장이었다. 퀘타 경찰서장인 압둘 라자크 치마는 “서씨 가족이 선교를 위해 중국인들을 훈련한 것”이라며 “이들과 접촉한 현지 주민 50여명 모두 이들이 선교활동을 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치마는 또 서씨가 중국인들에게 각각 한 달에 3만~3만5,000파키스탄루피(약 32만~38만원)을 생활비로 지급했다면서 사법당국이 이 돈의 출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리씨와 멍씨는 지난달 24일 퀘타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납치됐다. IS는 직접 운영하는 아마크통신을 통해 8일 중국인 2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IS의 중국인 납치살해 사건이 서씨 수사로 번진 데 대해 경찰당국은 “입국비자를 받을 때 동의한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경찰이 외국인을 보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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