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IS 격퇴 명분 시리아에 미사일 발사
美는 이란 지원 시리아정부군 전투기 격추
“역할 확대 신호탄”… 군사적 충돌 가능성
미국과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군사적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란 정예군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시리아 근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자 같은 날 미군 주도 시리아 연합군은 이란이 지원하는 정부군 전투기를 격추했다. 이란의 국외 미사일 발사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29년 만이고, 미군의 시리아 전투기 격추도 2011년 내전 발발 후 처음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서북부 코르데스탄과 케르만샤 기지에서 IS 근거지로 알려진 시리아 데이르 에조르로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고결한 피에 대해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며 “테헤란을 침입한 테러조직의 근거지를 향해 발사했다”고 말해 지난 7일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IS 연쇄 폭탄 테러의 보복 차원임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시리아 정부에 군사고문단만 파견했던 이란 정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피해자 입장에서 시리아 내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글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 주둔하는 시리아 연합군 사령부도 이날 시리아 북부 타브까 인근에서 F-18 호넷 전투기로 시리아 정부군의 수호이-22를 격추했다. 연합군 측은 성명을 통해 “반(反) IS 동맹군인 시리아민주군(SDF)의 ‘집단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진 군사행동”이라며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연합군 사령부는 시리아 영공 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된 통신 채널을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 측과 협력을 즉시 중단하겠다”며 전투기 격추를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이 주둔하는 타브까 내 자딘 마을을 폭격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각각 시리아 반군, 정부군의 대리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IS뿐 아니라 미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도 테러조직으로 여기는 등 러시아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정부군과 반군은 IS 격퇴를 위해 잠정 휴전한 상태이다. 미 워싱턴포스트 등은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이란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무력충돌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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