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학칙 위반에도 무마… 징계 기록 안 돼
장관 낙마와 별개로 ‘금수저 전형’ 논란 가열
“교사 의지 따라 학생부 만들기 가능해 씁쓸”
“학종은 1%의 부정에도 성립할 수 없는 제도”
“취지 살리기 위한 투명성 대책 필요” 목소리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통한 서울대 입학 논란이 그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교 시절 중대한 학칙 위반에도 징계 사안이 기록되지 않은 학생부로 대입 관문을 뚫은 것이 확인되면서 안 전 후보자 개인이 아닌 학종의 문제로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공약으로 각 대학이 학종 확대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공약이 실현되면 각 대학은 학생부전형(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특히 학종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본보 6월 7일자 1면)된다. 학종은 시험 점수뿐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활동과 재능ㆍ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상당한 지지를 받아 왔다. 2007년부터 도입된 입학사정관전형이 2014년 학종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선발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교육업체 진학사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 소재 42개 4년제 대학에서 뽑는 신입생 5만5,698명 중 3만1,052명(55.7%)이 학종으로 선발될 예정이다. 상위 15개 대학만 보면 학종 비율이 61.3%에 달한다.
하지만 안 전 후보자의 아들(20)이 부모 탄원서로 퇴학을 면하고 학종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종에 대한 불신 분위기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그는 2014년 하나고 2학년 당시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로 불러 1시간 가량 머물게 하고 친구들에게 해당 사실을 이야기하다 적발돼 학교 선도위원회(학내 폭력 외 학칙위반, 일탈 사안을 다루는 기구) 만장일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안 전 후보자가 아내를 통해 학교에 두 차례 탄원서를 보내고 일부 교사가 징계 수위 경감을 요구하면서 재심에선 특별교육 이수 및 상담 처분만 받게 됐다.
학생부에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징계 처분과 달리 선도위원회 조치 사항은 의무 기록하지 않아도 돼, 안씨의 학생부에는 학칙 위반과 이에 대한 학교 측의 제재 흔적은 전혀 남지 않았다. 그는 결국 2016년 수시에서 학종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당시 하나고에 재직했던 A교사는 “주요 대학은 학종 전형에서 작은 징계사항도 예민하게 고려하는데 탄원서 등으로 징계가 경감되지 않았다면 안씨의 서울대 입학은 불가했을 것”이라며 “심각한 입시 비리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안 전 후보자의 사퇴 직후 잇따라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공개된 안 전 후보자의 탄원서를 봤을 때 교육계 고위 관계자임을 명백히 드러냈는데 하나고의 징계 결정 시 당연히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 “하나고는 남학생이 휴지를 구하려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일로도 퇴학처분 할 정도로 엄격한 곳인데 징계 경감이 적절하느냐” 등의 의혹 제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고1 학부모 이모(48)씨도 “이번 논란으로 교사 의지만 있으면 좋은 학생부 꾸리기가 가능한 한국의 교육 실태를 다시 한 번 깨달은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학종을 통한 입시 비리는 실제 매년 반복되고 있다. 성균관대는 학종으로 지난해 입학한 재학생 김모(20)씨의 어머니가 김씨의 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해 지난달 입학 취소 처분을 내렸다. 김씨 어머니는 이 학교 교무부장으로 일하면서 나이스(NEISㆍ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학생부를 수정했다. 지난해에는 광주의 한 고교 교장과 교사 2명이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229회나 무단으로 나이스에 접속해 학생 25명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일부 대학들도 학종의 선발 공정성 확보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학생의 능력과 재능, 흥미 등을 따져봐야 하는데 학종 비율이 커지면서 고등학교에서 기계적으로 관리된 학생부가 많아져 제대로 평가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국은 입학사정관 수도 적고 평가자들도 공정한 선발을 위한 훈련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종은 학생과 교사, 대학 간 신뢰성과 책임성을 전제로 하는 전형인 만큼 학종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투명성 확보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1%의 부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립 불가능한 제도가 된다”며 “교사나 학생, 학교의 사정이라 치부하지 말고 부정이 발생했을 때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과 동시에 평가 기준을 객관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명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도 “각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른 만큼, 학종 합격ㆍ불합격 요소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알리는 과정을 통해 공정성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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