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년 이상 억류됐다 혼수상태에 빠진 채 지난주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온 청년 남성 오토 웜비어(22)가 끝내 숨졌다.
웜비어 가족은 성명을 통해 웜비어가 19일 오후 2시 20분(현지시간) 숨졌다고 밝혔다. 가족은 성명문을 통해 “우리의 아들 오토 웜비어가 집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끝냈다”며 “끔찍하고 고문에 가까운 부당 대우가 우리 아들의 끔찍한 운명을 낳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며 “법치와 인권을 무시하는 정권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웜비어는 13일 억류 약 1년 반만에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재판 도중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식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입장이지만 웜비어를 검진한 미국 의료진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의료진은 웜비어가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 흔적은 없다고 밝혔지만 웜비어 가족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인을 둘러싼 양국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또 사인과 관계없이 북한이 웜비어의 건강 상태를 1년 넘게 미국에 알리지 않았기에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미국 내 반북한 여론이 거세지면서 트럼프 정부와 의회가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구사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웜비어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근교에 거주하던 버지니아대 학생으로 2015년 말 중국 소재 북한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선전문구를 훔쳤다는 이유로 반국가행위 혐의로 2016년 1월 2일 공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았고 노동교화형 15년이 선고된 후 지금까지 억류된 상태였다. 웜비어는 2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지만 서구 언론은 이것이 북한 정권의 압력으로 인한 거짓 자백이라고 보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