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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큰돌고래 태지, 제주 퍼시픽랜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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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큰돌고래 태지, 제주 퍼시픽랜드로

입력
2017.06.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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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결국 사설기관에 보내… “무책임” 비판

불법 포획 돌고래로 쇼 진행, 폐쇄 압박받은 기관

동물·환경단체 “위탁기간 5개월 내 바다쉼터 논의를”

서울대공원에서 홀로 지내던 큰돌고래 태지(왼쪽)가 20일 오후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동한다. 제주 중문 관광단지에 위치한 퍼시픽랜드(오른쪽)는 하루에 네 번 수중 공연을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퍼시픽랜드 홈페이지
서울대공원에서 홀로 지내던 큰돌고래 태지(왼쪽)가 20일 오후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동한다. 제주 중문 관광단지에 위치한 퍼시픽랜드(오른쪽)는 하루에 네 번 수중 공연을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퍼시픽랜드 홈페이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홀로 생활하던 큰돌고래 ‘태지’가 20일 오후 제주 중문 관광단지 내 위치한 사설기관인 ‘퍼시픽랜드’로 이동한다. 함께 생활하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는 제주 앞바다로 돌아가지만 태지는 제주의 또 다른 수족관으로 이동하는 처지가 됐다.

20일 서울대공원,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대공원은 오는 11월 말까지 기증이 아닌 위탁 형태로 쇼를 하지 않는 조건을 달아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는 갈 곳이 없는 돌고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시민의 세금으로 구입한 서울시의 재산을 사설기관에 조건 없이 기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더욱이 퍼시픽랜드는 불법으로 포획한 남방큰돌고래를 사서 공연에 투입하다 몰수형을 받은 곳으로 그 동안 동물단체들이 폐쇄를 주장하던 곳이어서 태지의 앞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태지를 가급적 공공시설에 보내려고 애썼지만 울산이 최종 어렵다는 의사를 밝혀옴으로써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면서 “거론되는 사설기관 중에서 수족관 규모로만 보면 가장 넓고 전문 사육사들도 활동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과 동물·환경단체들은 태지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의견을 모았지만 울산 남구청이 동물·환경 단체의 이목을 끌면서 태지를 위탁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 왔다.

서울대공원에 혼자 태지를 두는 것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지만 태지가 신경질적 반응뿐 아니라 정형행동까지 보일 정도로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큰돌고래 개체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큰돌고래 태지는 수족관 구석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등 친구들이 떠난 후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KBS 뉴스 영상 캡처
큰돌고래 태지는 수족관 구석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등 친구들이 떠난 후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KBS 뉴스 영상 캡처

하지만 서울대공원이 아무리 태지를 보낼 곳이 없었다 해도 그간 폐쇄의 압박을 받아온 사설기관에 보낸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남방큰돌고래 1마리, 큰돌고래1마리, 혼종 2마리를 보 유하고 있는 퍼시픽랜드는 하루 네 차례 조련사와의 수중 돌고래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족관 내에서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를 번식시켜 혼종 돌고래를 양산시키고 있는 곳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한 나머지 큰돌고래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선례가 됐다”며 “서울대공원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이 큰 만큼 앞으로 태지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환경보호단체들은 태지를 퍼시픽랜드로 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5개월의 시간을 번만큼 이 기간 동안 해양보호소인 ‘바다쉼터’ 건립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 초 퍼시픽랜드를 인수한 호반건설 주택은 2년 후 수족관 자리에 고급 호텔을 지을 예정이어서 수족관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단체들이 폐쇄를 요구했던 곳에 돌고래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결국 정부가 무분별하게 수입을 허가한 결과”라며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보내는 것이 남은 돌고래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시발점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조약골 대표는 “세계적 돌고래 보호운동가 릭 오베리도 국내 바다에는 바다쉼터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들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이 나선다면 해양생물보호구역이나 환경보전해역 등에 바다쉼터를 만드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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