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신재생 20% 되면 발전비용 11조원 증가”
에너지저장장치ㆍ송배전 스마트화 투자 서둘러야
2015년 5월 15일. 독일 내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오후 2시 전후 약 1시간 동안이었지만, 에너지 업계에선 이를 세계 전력시장 변화의 큰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으로 평가한다. 이후 덴마크와 포르투갈 등 유럽을 중심으로 유사한 시도가 이어졌다.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공급 시스템이 이렇게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세계 발전량의 58%를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내 급전(給電)과 송전(送電) 체계가 원전이나 석탄발전소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는 점을 근본 이유로 꼽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에너지 정책이 성공하려면 전력공급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부의 탈(脫)원전ㆍ탈석탄 계획에 따라 줄어드는 발전원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신재생을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로 확대할 경우 총 발전비용이 지난해보다 11조6,000억원(21%)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기름값이 지금보다 약 30달러 더 올라 배럴당 70달러가 되면 발전비용은 13조4,000억원(24.2%)이 더 든다고 예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선 에너지 공약을 이행할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이 25% 오른다고 예측했었다. 한 달에 350킬로와트(㎾h)의 전기를 쓰는 4인 도시가구의 경우 정부의 새 정책이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13년이 지난 2030년에는 전기요금이 지금(월 5만5,080원)보다 월 1만3,770원 오르게 된다. 이 같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현행 전력 체계의 발전단가에는 정책적 왜곡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전력 생산비용에는 세금혜택뿐 아니라 반드시 치러야 할 외부비용이 면제돼, 액화천연가스(LNG)나 신재생보다 가격이 낮다는 것이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하는 탄소세를 유연탄에 적용할 경우 발전단가가 27.5원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피해, 사고 위험 등의 외부비용을 반영한 원자력의 실질 발전단가는 지금의 2~6배에 이른다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분석도 있다.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이 같은 발전단가 왜곡으로 전력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서 국내 산업도 전기 과소비형으로 정착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발전단가를 합리화해도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LNG와 신재생을 확대한다면 당분간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 상승 폭을 줄이려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LNG 발전 비중은 줄이고, 신재생발전의 비용을 낮춰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신재생 발전 비용의 절감은 에너지저장장치(ESS) 고도화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은 변동성이다.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만들어 쓸 수 없고, 바람이 얼마나 불지 햇빛이 언제 나올지 불확실하다. 그래서 신재생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체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ESS를 통해 전력이 많이 생산될 때 저장해뒀다가 부족할 때 내보내면 시스템 안정성이 유지된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ESS 기술은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이지만 문제는 가격”이라며 “향후 투자비 대비 경제성이 얼마나 확보되느냐에 따라 ESS가 신재생 활성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ㆍ배전망 현대화도 시급하다. 발전소와 대량 소비지인 도시나 공단과 거리가 멀어 대규모 설비를 오가는 동안 전기 손실도 약 3.6%에 이른다. 송전시설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 해소비용도 추가해야 한다. 손실률과 비용을 낮추려면 설비를 스마트화ㆍ간소화해야 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에너지 산업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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