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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북한의 가혹행위 과연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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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북한의 가혹행위 과연 없었나

입력
2017.06.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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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ㆍ일부 언론 “고문이 원인” 북한은 “수면제 복용” 해명만

억류 후 석방했던 미국인들도 가혹행위 여부엔 증언 엇갈려

오토 웜비어가 2016년 3월 1일 평양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토 웜비어가 2016년 3월 1일 평양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 상태로 풀려났던 미국인 오토 웜비어(22)가 귀환 엿새 만인 19일(현지시간) 끝내 숨을 거두면서 사망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인 중 이런 상태로 석방된 전례가 없어 유가족들과 일부 미국 언론들은 고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북한 당국은 최근 억류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은 가하지만 신체적 폭력은 자제해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사인 규명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유가족들은 웜비어가 북한 측 고문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웜비어의 부모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은 아들에게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를 했다”고 강조했다. 1996년 이래 북한에 구금됐다 풀려난 미국인 13명 중 혼수상태로 풀려난 것은 웜비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이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고 수면제를 복용한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고 밝힌 것 이외에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15일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국 정보당국이 웜비어가 북한에서 반복적으로 구타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미국인들의 증언은 엇갈린다. 북한 당국이 심리적 압박을 가하거나 강제 노동을 시키기도 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고문이나 가혹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린다.

2009년 12월 선교 활동 차 북한에 들어갔다 붙잡혀 43일 만인 2010년 2월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은 이후 “북한에서 모욕스러운 성고문을 했고 수치심에 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1996년 8월 북한에 들어갔다 3개월 만에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에반 헌지커는 풀려난 지 한 달도 안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북한에 있을 당시 자살을 기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으나 가혹행위를 받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반면 가혹행위나 고문은 없었을 것이라는 증언도 여럿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 2009년 8월 풀려난 미국인 기자 로라 링은 억류 기간 중 좁은 감옥에 갇혀 있었고, 북한 군인에게 머리를 맞기는 했지만 그걸 ‘고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증언했다. 735일 동안 억류돼 있다 2014년 11월 풀려난 케네스 배는 억류 당시 북한 당국이 15시간씩 취조하고 농장에서 중노동을 시키기는 했지만 미국 가족이 보낸 이메일을 볼 수도 있었고, 아플 때는 입원까지 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북한 당국이 한국계 미국인보다 백인을 신중하게 다룬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버트 R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NYT 인터뷰에서 “북한이 심리 전술을 사용하기는 하나 미국인에 대해 신체적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웜비어의 상황은 북한이 의도치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석방된 웜비어를 치료했던 신시내티대학병원 측도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 증거가 없다며 북한 측 설명은 부인했지만 웜비어에게 외상 징후나 골절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웜비어의 사망에 대해 북한 측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웜비어가 고문을 받았는지,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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