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연한 대북 접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동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자마자, 백악관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은 오히려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망을 ‘치욕스러운 일’로 규정하는 한편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 통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단독의 강력한 대북 압박 가능성마저 경고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20일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회동 가능성은 한층 멀어졌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회동 의사가 여전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분명히 더 멀리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적절한 여건’이 된다면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스파이서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을 전제로 했는데, 나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보냈다. 백악관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토에게 일어난 일은 완전히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웜비어를 집에 더 일찍 데려왔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올리는 한편, “우리는 미국의 가장 최근 희생자(웜비어)를 애도하면서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 죽음을 계기로 기존 중국에 의탁하던 대북 압박정책에서 벗어나 미국이 직접 응징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트위터를 통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도움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독자 대북압박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 협력하는 중국 기업ㆍ개인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절차도 취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관계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와 문정인 특보 발언 등으로 흐트러진 한미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지만, 웜비어 사망이라는 초대형 악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을 얻어낼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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