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북한 여행 자제 강력 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 사망과 관련,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직접적이고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뤄진 언론 브리핑에서 “오토에게 일어난 일은 완전히 치욕스러운 일(total disgrace)”이라고 말했다. 몇 시간 뒤에는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노력한 건 알지만, 중국의 대북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발언과 관련, 승부사 기질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했으며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 중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이 직접 대북 보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폭스뉴스는 “웜비어의 죽음으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새로운 대응책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강경입장에 맞춰 국무부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웜비어의 부당한 구금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힌 후 책임을 물을 수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의 선택지들을 살펴 보고 있다”고 답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어 “국무부는 미국 시민들에게 북한을 여행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복을 촉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테드 크루즈(공화ㆍ텍사스) 상원의원은 “북한이 미국인을 1년 넘게 야만적으로 구금하고도 그냥 넘어갈 것으로 믿는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잭 킨 전 육군참모차장도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워싱턴에서는 구체적인 보복 방안과 관련, 이번에도 군사 옵션대신 경제ㆍ외교적 방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과 협력해온 중국 기업을 미국 정부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유력한 방안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북한과 협력해온 10여개 중국 기업ㆍ개인의 명단을 제시하며 중국 정부에 처벌을 요구한 상황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중 관계 일부 훼손을 불사하더라도 즉각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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