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도 '원격 상의'…"편지는 읽고 불태우니 걱정말라"
정유라 측 "브로커가 연락해와…전형적인 가짜 뉴스" 반박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가 덴마크 구금 시절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포함한 제3국의 시민권을 얻어 한국 송환을 피하려 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21일 법원 등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정씨가 지난 2월 독일 내 재산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씨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서 정씨는 "몰타가 아니라도 모든 나라, 변방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라도 괜찮으니 빨리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해 달라"며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제3국 시민권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바깥에)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한다"며 "적어도 다음 대선(5월 9일)까지는 돼야 한다"고도 적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3일 정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주변인을 상대로 한 강도 높은 보강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정씨가 외국 시민권을 취득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대해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알아보기는 했지만 돈이 많이 들어 시민권 취득을 포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전날 영장심사를 앞두고 시민권 취득 의혹이 불거지자 "전형적인 페이크(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유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국적 브로커들이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피가 목적이었으면 벌써 취득했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덴마크에서 범죄인인도 거부 소송을 진행하던 정씨가 승소하는 경우를 대비해 제3국으로 옮길 채비에 나섰던 것으로 의심한다.
한편 정씨가 제3국 국적 취득 문제를 모친인 최씨와 긴밀히 상의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이 편지에서 "(외국 시민권 취득 문제를) 빨리 엄마 의견 물어봐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전화 통화나 서신 교환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조력자들을 사이에 놓고 간접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은 다른 편지들에서도 정씨가 최씨의 측근과 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이 같은 사실을 감추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정씨는 국내의 한 조력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씨 관련 상황 등 국내 동향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면서 "편지를 받아서 읽으면 라이터로 태워버리니 보안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편지들은 정씨의 유럽 도피 생활을 도운 마필 관리사 이모씨의 휴대전화에서 다량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검찰은 제3국 시민권 취득 시도 등 도주 우려와 공범 관계인 모친과의 말맞추기 등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이 전날 2차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1차 영장 기각 때와 달리 이번에는 정씨의 자필 편지 등 새로운 증거를 대폭 보강하고 새로운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며 "특히 주거 상황 등을 기각 사유로 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보강 수사를 거쳐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과 덴마크 당국의 추가 동의를 받아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를 얹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놓고 내부 검토 중이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소 유지와 국정농단 마무리 수사 차원에서 정씨를 매우 중요한 핵심 인물로 본다.
따라서 일반 사건이라면 동일인에게 세 번씩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보강 수사의 진전 상황에 따라선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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