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시작된 가뭄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강수량은 평년(331㎖)의 69% 수준이다. 경기, 전남, 충청 지역의 강수량 편차를 고려하면 강수량 미달 수준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충청, 전남지역은 ‘심한 가뭄’ 상태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기상청이 발표한 표준강수지수(SPI6, 누적 6개월 강수량을 분석한 강수 지수) 에 따르면 충청, 전남지역 35여 개의 시·군이 심한 가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단계는 강수량 부족 지수가 -2.0 이하 시 ‘심한 가뭄’으로, -2.0초과 -1.5 이하 시 ‘보통 가뭄’으로 구성되어 있다.
6월 10개 시·군이 농업용수 주의·심함 단계.. 농가 비상
가뭄이 지속되자 농가는 비상사태에 빠졌다. 현재 농업 지역 일대에 저수지 부족이 극심한상태다. 12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51%로 평년(67%)의 76% 수준이다. 여기에 농업용수 수요가 많은 영농시기가 겹쳐 6월에만 총 10개의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상태다. 세종, 경기 용인, 충남 보령시는 ‘주의’ 단계이며, 경기 평택, 안성, 화성시, 충남 서산시, 충남 홍성, 예산군 등 6개 지역은 저수지 수위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심함’ 단계다. 농업용수 가뭄은 영농기(4월~10월)에 저수지 저수율이 평년의 60~51% 수준이면 ‘주의’, 평년의 절반 이하면 ‘심함’ 단계로 분류된다. 정부는 주의·심함 단계인 지역에 관정 개발, 저수지 물 채우기 등 용수확보대책을 추진 중이다.
수확기의 농산물의 경우 피해가 극심하다. 특히 6월 수확이 한창인 양파와 마늘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양파 농장이 가뭄 영향으로 7~10일 수확지연 및 생육부진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양파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 부담 증가와 수입산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마늘도 가뭄 영향으로 수확기가 빨라져 일부 생산량이 줄 것으로 전망했다.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다른 작물도 수급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6~7년 주기 발생…연례행사, 가뭄 상시화 우려도
더 큰 문제는 가뭄의 상시화다. 2000년대부터 가뭄 피해 발생은 연례행사처럼 발생했다. 기상청 종합가뭄정보시스템의 ‘가뭄피해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이전까지 가뭄 피해는 6~7년 주기로 발생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에는 거의 매해 가뭄 피해가 발생할 정도로 가뭄주기가 빨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연강수량에서도 2013년 이후부터는 계속 평년 강수량 미달이다.
여름철의 경우 강수량 하락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0년(2008~2017년)간 6월 강수량을 비교해보면, 서울 및 충남 서산의 강수량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기상이변인 엘니뇨 현상으로 여름철(7월~9월)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줄어 강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가뭄의 장기화로 예상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A1·가뭄 민생물가 점검 당정회의’를 열고 추경에 가뭄예산 추가 반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취임 첫날 가뭄 피해 지역을 찾았던 이낙연 총리는 지난 18일 충남 보령댐과 전남 무안군지역을 찾아 다니며 실질적인 가뭄 피해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통합물관리 상황반 회의’를 열고 가뭄 대책으로 166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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