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단순 수혜자' 넘어 적극 가담자로 판단해 구속영장 적시
두 차례 구속 위기를 모면한 정유라(21)씨가 덴마크 구금 당시에도 외부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주변 인물들을 보호하려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정씨는 올해 2월 무렵 국내의 한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머니, 박근혜 대통령 등이 다들 고생이 심해 제 탓 같아 죄송스럽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입을 다무는 것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사촌의 행동에 모든 대통령님 지지자들께 고개를 들 낯이 없다"며 "어떤 행동으로든 정당화돼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썼다.
이는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이었다가 특검의 '조력자'로 돌아선 장시호(38)씨를 겨냥한 표현이다.
수사에 조력하는 장씨를 비난하고, 자신은 어머니인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입을 다물겠다고 다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정유라씨는 귀국을 전후해 줄곧 자신은 최순실씨가 자행한 국정농단을 알지 못하고,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체 혜택만 받은 '철부지' 이미지를 고수해 왔다.
검찰은 이런 편지 내용으로 미뤄 정씨가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와 국정농단 사건, 삼성그룹의 지원 전모를 상당 부분 알고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 측은 이 같은 내용이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정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날 정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전화로 몇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정씨 측은 "단순 안부 전화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법원은 전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여전히 정씨가 중요한 수사 대상이라고 판단하는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수사 방향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