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첫 외교안보대화 목전에서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두고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에 석방된 뒤 19일(현지시간) 숨진 오토 웜비어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민망과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중국의 노력이 별무효과였다고 주장한 내용을 상세히 전달했다. 그러면서 이를 미국 측의 외교안보대화 전략으로 해석했다. 그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독자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공언해온 미국이 남중국해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대만 등 민감한 현안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구시보는 “미국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중국이 움직이기를 강요하려 한다”면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카드 등은 오히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줄곧 중요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오토 웜비어 사태’가 미칠 파장에도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웜비어 사망 이후 미국 내 대북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그 불똥이 중국으로 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환구시보는 “미국 측은 이번 사건을 지렛대 삼아 중국이 북핵 문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하라고 요구하겠지만 중국은 미국의 동맹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웜비어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그의 유가족들은 부검을 반대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20일 보도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해밀턴 카운티 검시관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가족의 반대에 따라 부검을 하지 않고 시신 외관에 대한 검사만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고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 규명은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22일 북측과 웜비어 송환 문제를 교섭한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출석시킨 가운데 비공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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