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족히 닿는 강화도는 서쪽으로 갈수록,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비경을 품고 있는 섬이다. 강화(江華)는 한강 하구에 있어 ‘강을 끼고 있는 멋진 고을’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커 둘러볼 곳도 많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과 가까워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이 자주 일어나 곳곳에 전쟁과 관련된 유적과 흔적이 남아 있다. 그래서 섬 자체가 커다란 박물관과 같다. 지리적 조건이 좋아 쌀과 인삼, 장어 등 특산품도 풍부해 맛집 투어를 떠나기에도 손색없다. 뉘엿뉘엿 기우는 해를 끼고 황금빛 조명을 받으며 해안도로를 달릴 땐 심신이 저절로 정화된다.
전쟁박물관 / 강화군 강화읍 해안동로 1366번길 18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도로 건너오면 가장 먼저 갑곶돈대를 만나게 된다. 1679년 숙종 때 완성된 48돈대 중 하나로 외세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국방상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한 곳이다. 돈대 안에는 선조들의 업적을 기린 강화 비석군과 400년 된 갑곶리 탱자나무가 있다. 돈대(墩臺)란 땅을 깎거나 흙을 쌓아 만든 작은 요새로 일반적으로 봉수 시설 등을 갖추어 방위 기능을 한다.
돈대 안에 있는 전쟁박물관엔 과거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느라 억척스럽게 세월을 버틴 강화도의 전쟁 역사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 중이다. 또한, 고려 시대 몽골이 침략했을 때의 상황을 디오라마와 모형 등으로 현실감 있게 재현했다. 사적 제306호로 지정됐다.
초지진 / 강화군 길상면 해안동로 58
초지진은 강화해협을 사수하는 12개의 진·보 중에 외세의 첫 번째 침공 루트가 됐던 곳이다. 1679년 조선 숙종 때 만들어졌지만 많은 전투로 완전히 소실됐다가 1976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에 이어 1875년 일본 군함 운요호와도 이곳에서 처음 교전을 벌였다.
이곳엔 조선 시대 후기 때 실제 사용했던 대포가 전시돼 있는데, 당시 대포 중 가장 컸던 2.5m 길이의 홍이포다. 성곽 둘레가 500m도 되지 않는 작은 방어 시설이지만 지금도 성벽과 소나무에 남아 있는 포탄의 흔적을 통해 당시의 격렬했던 전투의 분위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
동막해변 /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481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동막해변은 활처럼 길게 굽어 있다. 세계 5대 갯벌로도 손꼽히는 이곳의 면적은 무려 6,000만㎡ 달하며 물이 빠지면 직선 4㎞까지 갯벌로 변한다. 밀물 땐 해수욕, 썰물 땐 갯벌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갯벌엔 칠게, 고둥, 갯지렁이 등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 소나무 아래는 캠핑족들이 여기저기에 텐트를 치고 유유자적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막해변 근처 분오리돈대에 오르면 동막해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돈대로 만든 이곳에선 멀리 영종대교와 인천국제공항까지 보인다. 으뜸은 낙조다. 사방이 탁 트여 해가 가라앉으면서 쏟아내는 황금빛을 광활하게 감상할 수 있다.
후포항에서 외포항까지 이르는 해안도로
강화의 백미는 동막해변을 지나 서쪽 해안도로를 달릴 때 드러난다. 특히 후포항에서 외포항까지 약 10㎞에 달하는 도로는 섬마을의 이색적인 정취를 품고 있다. 선수포구라고도 불리는 후포항은 강화도에서 가장 큰 포구로 갯벌 위에 크고 작은 고깃배와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근처 해변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세고 갯벌이 비옥해 밴댕이가 유명하다. 매년 4월에서 7월 초면 밴댕이회를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식객들이 몰려온다.
저녁 식사를 하고 해가 질 무렵에 드라이브하길 권한다. 내리 삼거리엔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워두고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다. 양지 삼거리 근처 건평나루에선 차를 옆에 두고 ‘오토 낚시’도 즐길 수 있다.
먹을 게 지천인 강화도
강화 쌀은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덕에 밥맛을 좋게 하는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돼있다. 팽이 모양의 둥근 형태로 회백색과 자주색을 띠는 강화 순무는 일반적인 무와는 달리 풍미가 독특하다. 겨자 향의 독특한 인삼 맛과 감미롭고 고소한 맛을 지녔다. 강화 인삼은 사포닌 함량이 높아 달여도 농도가 진하다. 더러미 마을에서는 쫄깃한 장어를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선 바다에서 나고 민물로 거슬러 올라가는 새끼 장어를 갯벌에 가둬 2년 된 장어만 판매한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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