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차 영장 청구 가능성
결심 때 격분 최순실, 이번엔 담담
이화여대 입시ㆍ학사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61)씨와 이화여대 교수들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특히 학사비리 과정에 최씨 딸 정유라(21)씨 공모 사실도 판결문에 언급돼 주목된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수정)는 23일 최씨가 청담고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정씨에 대해서도 “자신이 허위 봉사활동확인서를 제출해 학교에 불출석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최씨와의 공모관계를 적시했다. 또 재판부는 정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해 수업에 불출석 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대리수강 했음에도 학점을 이수하는 과정에 최씨와 기소된 이화여대 교수들, 정씨가 모두 공모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가 청담고 비리 및 이대 학사비리 관련 공모관계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만큼 앞으로 진행될 정씨에 대한 수사,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이 3차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딸까지 공모관계로 엮인 선고 결과에 대해 최씨는 담담했다. 최씨는 재판장인 김수정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정유라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울먹이고 격한 감정에 휩싸였던 지난달 결심공판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최씨는 “저를 향한 선입견 때문에 (정유라가) 특혜를 받았다고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의 표현대로 “삐뚤어진 모정이 결국 자신이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만” 꼴인 된 셈이다. 이로써 학부모와 학생들의 분노와 입시ㆍ학사행정의 불신을 불러일으켰던 최씨의 이화여대 농단은 한 매듭이 지어졌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씨는 이번 선고에서 검찰 구형(7년)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지만 앞으로 받을 죗값의 시작에 불과하다. 최씨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ㆍ뇌물 등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어 형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최씨는 삼성으로부터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 받고 있는데, 양형 기준에 따르면 뇌물 금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기본 형량 구간은 징역 9∼12년이다.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했을 경우 권고 형량이 징역 11년∼무기징역으로 높아진다.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 받게 되면 이날 선고된 형량을 더해 최소 징역 12년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직권남용 혐의(최대 징역5년)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비교적 쟁점이 단순했던 학사비리 사건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얽힌 뇌물죄와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나 법리를 둘러싸고 치열을 다툼을 벌이고 있어 최종 선고가 나기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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