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1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24일 무주에서 개막하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초청을 받은 북한 주도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8박 9일의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방한한 ITF 시범단은 총 36명으로 이 가운데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ITF 명예총재와 ITF 리용선 총재, 황호영 수석부총재, 최형철 재정위원회 부위원장, 박영칠 단장과 송남호 감독 등 32명이 북한 국적이다. ITF 시범단은 곧바로 전주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 24일 열리는 WTF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과 30일 폐회식 등에서 시범공연을 한다. 26일에는 전주 전북도청, 28일에는 국기원에서도 공연하는 등 내달 1일 출국하기 전까지 4차례 시범 무대에 오른다. 장웅 IOC 위원과 리용선 ITF 총재는 방한 기간 국내 체육계 인사들을 만나 남북체육교류와 협력을 위한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장웅 위원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폐회식 참석차 29일 방한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환영 만찬에도 함께 자리한다. 장웅 위원은 “10년 전에는 국제태권도연맹 총재 자격으로 시범단을 이끌고 왔지만, 이번에는 IOC 위원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입국했다”고 방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장웅 위원은 “평창올림픽에 관한 내용은 논의해본 뒤 공화국에 뜻을 전달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소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IOC에서 결정해주는 대로 따라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ITF 시범단의 방한은 2007년 4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당시에는 ITF 태권도협회가 남한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자 ITF 시범단이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해 춘천과 서울에서 두 차례 시범공연을 했다. 따라서 ITF 시범단이 한국에서 열리는 WTF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권도는 한민족의 전통 무예로 뿌리는 하나지만 두 갈래 길을 걸어왔다. ITF는 WTF보다 7년 앞선 1966년 서울에서 육군 소장 출신인 고(故) 최홍희 장군이 1966년 대한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창설했지만 그가 정치적인 이유로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ITF 본거지도 옮겨지게 됐고, 이에 따라 대한태권도협회는 독자적으로 WTF를 설립했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WTF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범 세계적인 태권도로 자리잡았다.
ITF 시범단의 방한은 양 단체 간 맺은 합의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WTF와 ITF는 2014년 8월 유스올림픽이 열린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의정서를 채택했다. 이후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WTF 주관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범공연을 했다. ITF 시범단의 방한으로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WTF 시범단의 역사적인 방북 시범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양 측은 이번 무주 대회 기간 WTF 시범단의 평양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할 예정이다. 리용선 총재는 “우리 민족의 자랑인 태권도를 통해 통일 발전, 나아가 태권도를 통합해 민족에 이바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에 방한한 북한 태권도 시범단에게 정부의 지원도 이뤄졌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태권도시범단의 방남과 관련해 방남 인원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 체류경비로 남북협력기금 7,000여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주민왕래 지원을 목적으로 지출이 이뤄진 건 2년 8개월 만이다. 앞서 정부는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체류경비로 4억6,0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한편 조정원(70) WTF 총재는 이날 전북 무주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총회에서 5선에 성공해 2021년까지 연맹을 이끌게 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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