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인가구 소득 떨어진 반면
부부가구 소득은 큰 폭으로 올라
스펙 따른 결혼 양극화ㆍ동질혼 영향
동질혼으로 인해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청년세대 중 독신가구와 부부가구 사이의 소득ㆍ재산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고소득자는 고소득자와 결합해 더 높은 가구소득을 유지하는 반면 저소득자는 독신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나타나는 결과다. 이런 경향이 심화하면 연애와 결혼 자체가 고소득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소득, 재산의 통합 분석 및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 평균값을 100으로 했을 때 청년 독신가구의 가처분소득은 2003년 71.6에서 2011년 67.6으로 떨어진 반면, 청년 부부가구의 가처분소득은 같은 기간 108.2에서 132.3으로 크게 늘었다. 순재산도 독신가구는 2003년 23에서 2011년 22.4로 유사한 수준에 머문 것에 비해, 부부가구의 경우 2003년 52.9에서 2011년 78.1로 큰 폭으로 올랐다.
보고서는 이런 청년세대 내부 격차 확대의 원인을 소위 ‘스펙’에 따른 결혼시장의 양극화, 동질혼 경향과 결혼으로 인한 소득ㆍ재산 시너지 효과의 강화, 그리고 결혼 이후 맞벌이 지속 비율의 증가 등으로 지목했다. 분석을 한 여유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연구실장은 “어떤 사회든지 경제적, 사회적 계급이 고착화할수록 계급 내의 아비투스(습속)가 발생하고, 그런 계급 문화의 유지나 계급의 공고화를 위해 동질혼을 선호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결혼의 중요한 전제조건인 취업과 주거문제에서 청년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낭만적 사랑이라는 기제는 자연스레 부를 재분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해왔으나, 고소득자들끼리의 동질혼은 부의 축적에 엄청난 가속도를 부여한다. 미국에서도 이를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있다. 제레미 그린우드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의 2016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같은 학력끼리 결혼하는 동질혼으로 인해 1960년 0.34였던 지니계수(경제적 불평등 지수,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가 2005년 0.43으로 크게 증가했다. 45년간 증가한 부의 불평등 중 3분의 1이 동질혼과 여성 노동력 공급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가정 내 의사결정에 의해 발생했다. 스웨덴 경제학자 구스타프 브루즈는 지난해 덴마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대학 진학으로 얻게 되는 재정적 기대 이익의 절반 이상이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더 많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할 가능성에서 생긴다”는 결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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