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석방했다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등 미국인 4명을 억류하던 중 미국 측에 협상 특사로 전직 대통령을 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5일 북한 측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인 석방 협상을 진행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역할로 전직 대통령이 방북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은 유엔 대표부나 최선희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등을 통해 미국에 이런 요청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북한 측 제안을 거부하고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보내 웜비어만을 데려왔다. 미국 정상급 인사를 불러들임으로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권위를 세우는 동시에 미국에 양보를 얻어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특정인을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의 조지 W.부시 제43대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인 2009년 로라 링, 유나 리 등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억류했을 때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이들을 데리고 귀국했다. 북한 언론은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면담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의 웃는 모습과 클린턴의 송구스러워하는 모습을 대비시켜 보도했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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