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ㆍ조리사 등 비정규직 38만명
10년차 임금이 정규직 60% 수준
‘80% 임금’ 다른 공기관도 차이
생활고에 대리운전ㆍ판매직 병행도
학교비정규직 노조, 29일 총파업
충남 한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김모(37)씨는 6년째 매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수당 포함 150만원)을 받고 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려는 학교와 매년 11개월짜리 계약을 새로 맺고 있는 김씨는 담임 선생님들의 체육 수업 기피 현상으로 주 21시간(총 근무는 주 40시간)의 체육수업을 모두 떠안고 있다. 김씨는 “다른 학교에서 스포츠 강사와 동일한 일을 하는 체육전담교사(공무원)는 주 18시간 체육수업을 하고도 1년차가 수당 포함 297만원을 받는다”라면서 “연차가 쌓여도 매년 새로 계약하며 임금 인상을 해주지 않아 생활고에 대리운전과 상품 판매를 병행하는 강사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모색과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교육 현장이 가장 큰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들끓는다. 학교회계직원(교육공무직원)ㆍ강사ㆍ기간제 교사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교육계 비정규직 38만명은 정규직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그 처우의 격차는 다른 공공부문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확인된다.
25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에 따르면 교내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행정 실무사는 입사 1년차에 9급 공무원 행정직(연간 2,608만원) 대비 88%인 2,305만원을 받고 있지만 10년차에는 67%인 2,509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행정실 내 9급 공무원과 행정 실무사는 서로 업무가 나뉘어 있긴 해도 A학교의 공무원 일을 B학교 행정 실무사가 할 만큼 사실상 업무상 차이가 전혀 없다”라며 “공무원과 달리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임금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2005년부터 경기 분당의 한 중학교에서 조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47)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씨는 “다른 학교에 있는 정규직 조리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각종 수당을 포함해 절반 수준인 월 143만원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학비노조는 이처럼 조리사, 영양사 등 무기계약형태의 학교공무직원들이 입사 10년차에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에 비해 60%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비노조는 입사 3년 뒤부터 지급되는 근속수당(5만원 지급 후 매년 2만원)을 입사 1년 뒤부터 5만원씩 지급 등 임금 수준을 정규직의 80%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정부에 요구하며 29~30일 총파업에 나선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들이 정규직 공무원 신분으로 승격시켜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니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갑자기 밥을 짓다가 공무원이 되거나 강사가 교사로 변신하겠다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며 “상시적으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처우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 현재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공공부문보다 선제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사업장처럼 신분에 상관없이 같은 노동에 대해 같은 임금 체계를 갖추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라며 “특히, 미래의 노동자가 될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학교 현장이 가장 큰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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