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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방엔 충돌 불사 공세적… 비동맹엔 선심쓰며 실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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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방엔 충돌 불사 공세적… 비동맹엔 선심쓰며 실리적

입력
2017.06.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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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앞에서 국방비 증액 강연

회원국 정상들 얼굴 찌푸려

메르켈 악수 제안 거절하기도

중동 수장들엔 적극적 러브콜

모디와도 포옹하며 밀착 스킨십

시진핑ㆍ아베는 기싸움 비껴갔지만

文대통령엔 공격적으로 나올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취임 후 약 5개월간 미국 내외에서 40여 차례에 달하는 정상회담을 치르며 숱한 에피소드들을 남겼다.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이 이뤄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며 갑자기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사실을 밝혀 시 주석의 얼굴을 굳게 했고,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인 자신의 배포를 과시하듯 중동국가 리더들에겐 통 큰 투자선물을 안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배려가 없어 보이는 우악스러운 악수 스타일, 상대국을 당황스럽게 하는 정상간 대화내용 공개 등 외교 관례가 중시되는 기존 정상회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탈과 파격이 수두룩했다.

때문에 지난 회담들에서 나타난 ‘사건’들을 단일한 카테고리로 묶어 ‘트럼프 정상회담 스타일’을 특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전화 회담까지 합칠 경우 140차례에 가까운 정상간 커뮤니케이션을 관통하는 특징이 없지는 않다.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우방국 정상과는 충돌을 불사하며 공격적으로 자신의 노선을 관철하는 ‘직진 외교’를, 비동맹국 등 나머지 국가 정상에게는 되레 친분을 과시하면서 ‘돈 보따리’를 푸는 ‘실리 외교’를 펼쳤다. 이에 비춰보면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이라 불리는 미국의 오랜 혈맹인 한국 정상을 대할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스타일도 다분히 공격적일 것이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첫 순방에서 상반된 ‘정상외교’ 증명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은 이처럼 상반되는 그의 정상회담 방식을 한데 보여주는 압축판이었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들과 회동에서 보인 태도를 두고 “어떻게 하면 친구를 잃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원국들이 기다리던 나토조약 5조(집단안보 준수) 선서에 대해 시종일관 침묵한 채 거듭 국방비 증액만을 요구했다. 나토본부 준공식 연설에서는 수분간 각종 통계를 이용해 “회원국들은 이제 정당한 몫(국방비)을 기여해야 한다”는 강연을 펼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반면 비동맹이라 할 수 있는 중동국 리더들에게는 ‘러브콜’을 보냈다. 유럽 순방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ㆍ미국 정상회의(5월20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여기(중동)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강연하러 온 게 아니다”라며 “공통된 이익과 가치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인권ㆍ민주주의에 방점을 찍었던 버락 오바마 전 정권의 중동정책을 180도 뒤집어 철저히 경제적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 사우디에 3,800억달러(약427조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계약을 선물로 안기는 등 우방국과는 반대로 화기애애한 소식이 이어졌다. 26일 백악관에서 마주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와 포옹을 거듭하며 ‘스킨십’을 강조했다. 외신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원하는 인도의 야심과 미국의 30억달러 규모 무인기 판매 계약이 ‘거래’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가 원만치 않은 인도 정상을 추켜세우며 시 주석에 에둘러 대북 압박 공조를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중일 정상은 ‘트럼프식 회담’ 이겨내

트럼프의 기싸움은 캐나다, 영국과 함께 미국인들이 최대 동맹으로 꼽은 호주도 피해 가지 못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트럼프 취임(1월20일) 직후 전화통화 중 당초 예정된 1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최악의 통화였다”는 독설을 듣고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했다. 이 사실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가장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정상과 대화를, 자신이 세계 지도자에게도 기꺼이 독설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사용해버렸다”고 꼬집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3월 정상회담에서 악수 제안을 거절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다만 트럼프의 이 같은 공식을 ‘이겨낸’ 정상들도 있다. 익히 ‘찰떡궁합’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더불어 시 주석이 꼽힌다. 4월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은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싼 충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상당한 실익을 얻었다는 평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수 차례 공언한 “중국을 통화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명령하겠다”는 입장을 회동 후 “그들(중국)은 통화조작국이 아니다(4월12일)”고 뒤집었다. 그는 이후 폭스 방송에서 “시 주석은 엄청난 사람”이라며 “이틀 간 우리는 좋은 ‘케미스트리’(궁합)를 보였다”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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