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도출 위해 공론화委 구성
최종결정권 정부 아닌 ‘시민배심원단’에 넘겨
사실상 백지화 수순 착수한 듯
공사 영구 중단할 경우
보상비 등 2조6000억 소요
주민 및 업계반발 등 갈등 불가피
정부가 27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원전건설 백지화 여부를 따지기 위한 공론화 작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중단’ 이행을 위한 절차로, 3개월 이내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환경단체 등은 탈원전 정책을 적극 환영하고 있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됐고 이미 막대한 돈이 투입된 국책사업을 중단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반발과 논란이 예상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위원회를 3개월 정도 가동하고 이 기간 동안 원전건설 공사는 잠정 중단키로 했다”면서 “원전공사 재개 및 완전중단 여부는 위원회가 구성할 시민배심원단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가 지역경제, 지역주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약 그대로 건설중단 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국무회의에서 공론화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이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독일의 ‘핵폐기장 부지선정 공론화 위원회’를 본 땄다. 위원회는 이해 관계자나 에너지 관계자가 아닌 사람 가운데 국민적 신뢰가 높은 덕망 있고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10인 이내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국민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일정 규모의 시민으로 배심원단을 꾸려 최종 의사결정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TV 토론회 등의 절차도 거치게 된다.
정부는 ‘공론화 작업’ ‘사회적 합의’라고 에둘러 표현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이미 탈원전 정책을 선포한 만큼 신고리 5ㆍ6호기는 사실상 백지화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앞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비용, 보상비용, 전력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이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 등은 이날 공사중단 방침에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원전건설을 통해 지역개발을 희망했던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과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업체 및 원자력학계 등에선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비록 과거 정부시절이지만 합법적 행정절차를 거쳐 결정돼 이미 상당 정도 공사가 진척된 원전을 정권과 에너지정책방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중단하고, 최종 결정을 정부 아닌 시민배심원단에 맡기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다. 홍 실장도 “5월 말 기준 종합공정률이 28.8%(시공률 10.4%)로 공사를 영구 중단할 경우 이미 집행한 공사비(1조6,000억원)와 보상비용까지 총 2조6,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시인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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