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때 ‘문준용(문재인 대통령 아들) 취업비리 의혹’ 제보 조작 사건 파문으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내몰렸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27일 “새 정치를 한다고 출범한 국민의당마저도 그런 범법 행위를 할 수 있느냐는 국민 지탄이 거세게 몰아쳤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사태가 수습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민의당은 문제의 제보는 당 청년위원회 소속 당원인 이유미씨가 친척과 함께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를 당 공명선거추진단에 전달한 사람은 안철수 전 후보가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었다고 한다. 결국 제보 조작에 개입한 당내 인사는 위 두 사람뿐이라는 얘기인데 파장을 줄이기 위해 관련 인사를 최소화하려는 듯한 인상이 짙다. 검찰 조사가 본격화하자 26일 서둘러 기자회견을 갖고 조작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것도 꼬리 자르기식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건의 핵심인 이씨는 안 전 후보의 카이스트 교수 시절 제자로, 2012년 대선 당시 안 후보의 ‘진심캠프’ 멤버로도 활동했다. 제보 조작이 단순히 그만의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정황이다. 더욱이 26일 밤 긴급 체포된 이씨는 검찰에 소환되기 전 “당에서 기획해서 지시해 놓고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국민의당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자체 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선 만큼 우선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새 정치를 내세운 당에서 그것도 한때 새 정치의 표상이던 안 전 후보와 가까운 사람 중심으로 의혹 제보를 조작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이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비리의혹 자료 조작으로 국민을 속이고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 행위는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다. 검사출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당 공명선거추진단이 허위 자료를 거르기는커녕 대선 막바지 총공세에 이를 적극 이용하는 데 앞장섰으니 더욱 한심하다. 국민의당은 특검 실시 등으로 사건을 물타기 하지 말고 당의 명운을 걸고 진실을 밝힌 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당을 해체해야 옳다. 이 지경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안 전 후보도 어떤 형태로든 무거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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