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아오자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던 꽃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이 파랗게 변해가며 밤새 숨죽여있던 생명들이 깨어난다. 그 순간 산 너머로부터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이 눈부시다. 밝은 곳을 한참 응시한 탓 일까. 시야가 뿌옇게 변한 내 눈 속으로 붉은 꽃이 들어오자 황홀이 물밀 듯 밀려온다.
지금 경기도 남양주 물의정원에는 양귀비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아름다움으로 당나라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나라마저 어려움에 빠트린 양귀비가 꽃으로 환생한 것일까? 본래 양귀비의 본명은 양옥환이다. 그러나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었던 그녀의 미모를, 당시 사람들은 화려하기로 첫 손에 꼽혔던 양귀비꽃으로 비유했다. 꽃을 무념으로 바라보노라니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설렘을 알 듯도 하다.
갑자기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양귀비 꽃잎이 흔들린다. 그 자태가 마치 양귀비가 붉은 비단을 두르고 춤을 추듯 묘하다. 붉은 태양빛을 머금은 붉은 꽃. 그 너머에서 나라를 홀렸던 경국지색의 치명적인 미소가 아른거린다. 멀티미디어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