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전투)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28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해병대박물관에 있는 장진호전투기념비를 찾아 67년 전 미군의 희생을 기념하는 것으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하면서 장진호전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진호전투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10군단 예하 해병1사단이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군 장진호 일대에서 중공군 포위에 맞서 전개한 철수 작전이다. 당시 미 해병1사단은 북한 임시수도인 강계를 점령하려 장진호 북쪽으로 진출하다가 12개 사단의 압도적 병력을 갖춘 중공군 포위망에 걸려들게 되자 흥남으로 후퇴하는 작전을 폈다.
그해 11월27일부터 12월11일까지 2주 간 혹한 속에서 진행되면서 수천 명의 미군 사상자를 남긴 장진호전투는 미군 전사에서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작전 성공을 통해 피란민, 한국군, 유엔군 등 20만명이 남쪽으로 철수할 수 있었고, 중공군에 막대한 전력 손실을 안기며 서부전선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군은 당시 흥남으로 몰려든 피란민이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선박을 제공했다. 그 중 하나가 화물선 메러디스빅토리아호였고, 정원 60명인 이 배에 올라탄 피란민 1만4,000명 중엔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 부친(고 문용형씨)과 함흥 출신인 모친(강한옥씨)도 포함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2년 후 저는 빅토리아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며 “급박한 순간에 군인들만 철수하지 않고 그 많은 피난민을 북한에서 탈출시켜준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거듭 감사를 표했다. 흥남철수 당시 메러디스빅토리아호의 선원이었던 로버트 러니(90) 변호사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한국일보 웹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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