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입사한 남자 사원들 가운데에는 특히 재원이 많다.” 이 문장에서 가장 어색하거나 잘못된 곳은? 대개 ‘남자’와 ‘재원’이 같이 쓰였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원’(媛)이 ‘아름다운 여성’을 뜻하고 따라서 ‘재원’(才媛)이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성을 일컫는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못 쓰이는 말로 지적받는 ‘재원’(才媛)을 우리는 왜 남자에게도 쓰게 되는 것일까?
‘재원’은 다른 한자어로 사전에 올라 있기도 하다. 귀하게 볼 수 있는 제사 용어인 ‘재원’(齋院)을 빼면 꽤 흔히 쓰이는 ‘재원’(財源)은 재화나 자금이 나오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와 꼴이 비슷한 말로 ‘자원’(資源)이 있고, 이를 품으며 다소 비인간적이라는 평을 받는 ‘인적 자원’이라는 표현도 흔히 쓰인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재주 많은 인적 자원’이라는 말을 줄여서 ‘재원’(才源)이라는 새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특별히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한자를 쓰고 있는 현실에서는 현대나 예전의 말뭉치(언어 거대자료, 빅데이터)를 뒤져도 ‘재원’(才源)이라는 표현이 사람 이름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말이란 모름지기 언중의 것이어서, 언제 누가 만드는지 모르게 생겼다가 알아차리기 힘들게 퍼지고 스러진다. 꼭 필요한 말이라면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가 살아남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정치’나 ‘경제’도 이해하기 참 어려운 말이다. ‘재원’(才源)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말이 없다면 퍼져서 언젠가는 사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재주꾼’이나 ‘인재’(人才)면 되지 굳이 새말인 ‘재원’(才源)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인적 자원’처럼 비인간적인 표현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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