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北에 분명한 책임 물을 것”
폭스, 北 ICBM 발사 첫 ‘불량국가’
美, 독자 대북제재 가능성 커져
유엔 안보리 긴급소집… 추가제재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을 공식 확인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조치로 북한의 ICBM 시험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실상 발사 성공을 인정했다. 그는 “ICBM 발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새로운 위협이 고조되고 있음을 대변한다”며 “그런 위협을 멈출 수 있도록 전 세계의 행동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한 정권에 경제적ㆍ군사적 이익을 주는 행위,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위험한 정권을 돕고 방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화성-14형’ 1발을 발사하고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화성-14형이 39분간, 최대 고도 2,802㎞까지 상승해 933㎞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과 행정부 관리들도 북한의 ICBM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CNN에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이 2단계 ICBM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고, 폭스뉴스는 “북한이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첫 ‘불량 국가(rogue nation)’가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진짜 ICBM으로 중대한 이정표(milestone)”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가 화성-14형을 ICBM이라고 확인함에 따라 향후 대북정책과 북핵 대응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중국을 지렛대로 한 대북 공조 체계에서 벗어나 독자제재 방안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존 커비 전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ICBM 발사는 ‘게임 체인저’를 의미한다”며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대응(measured response)’ 조치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반도에 전투기와 함정 등 미군 군사력을 추가 배치하고,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규탄 및 제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 요청에 따라 5일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에 대응해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달 안보리 의장국인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대사에 전화를 걸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안보리에서 논의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상황을 위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행위”라며 “그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또다시 뻔뻔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안보리는 2006년 이후 채택한 7건의 대북 제재결의를 통해 북한 핵ㆍ미사일 기술 개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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