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제주 고유 재래가축인 제주개 26마리를 진흥원 사육장에서 추첨을 통해 공개 분양,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분양, 매각되는 제주개는 종축개량공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혈연관계와 모색, 체형 등을 고려해 선발했다고 합니다. 마리당 가격은 분양 5만원, 매각 3만원이라고 하는데요.
먼저 분양과 매각의 차이가 뭔지 궁금해 제주도 축산진흥원에 물었습니다. 분양은 생후 45~60일된 강아지들을, 매각은 성견과 완벽한 외모가 아닌 두 마리가 해당된다고 했습니다. 분양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전체를 나눠 여럿에게 나눠준다고 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반려동물 업계나 반려인들 사이에선 동물을 사고파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분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분양과 매각이 개의 연령을 가지고 나눠지는 건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의문이 든 것은 바로 가격입니다. 강아지는 5만원, 성견은 3만원인데요, 품종이 우수하고,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데 그렇게 귀한 개들을 너무 낮은 가격으로 입양 보내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실 제대로 된 가족을 찾아준다고만 하면 가격이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게 추첨 방식이라는 겁니다. 원래 탐지견, 안내견 등 사역견으로 활동하거나 훈련 중 탈락한 개들을 입양 보낼 때 정부 기관이나 안내견 학교는 입양자가 제대로 키울 사람인지부터 심사합니다. 유기견을 입양 보낼 때 동물보호단체들도 신중을 기해 입양처를 찾아주는 데요. 경쟁률이 높다고 해서 제주 토종견이라며 어렵게 키운 개들을 ‘추첨’을 통해 보낸다는 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금껏 보낸 125마리에 대해서도 추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인데요, 입양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과는 별도로 추후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대해 동물권 단체 케어는 성명을 내고 천연기념물 등록 추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어린 개들은 공개 추첨을 통해 물건처럼 넘기는 방식으로 분양을 진행하고, 늙거나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된 개들은 헐값으로 매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케어는 마치 제주의 특산품처럼 아무에게나 추첨을 통해 나누어주는 방식을 지적하며 제주개는 특산품이 아니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엄한 생명체라고 했습니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제주개를 분양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만 분양을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주도 축산진흥원 측은 축개량공급위원회에서 매각 가격과 입양처 선발 방식 등을 정한다며 지적되는 사항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현재 축산진흥원에는 총 65마리의 제주개가 있는데 26마리가 가족을 찾으면 39마리 남게 됩니다. 진흥원에 따르면 제주개는 중국에서 건너와 3,000년 전부터 제주에 정착해 특유의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온순하면서도 행동이 민첩하고 청각, 후각, 시각이 뛰어나 오소리, 꿩 등 야생동물 사냥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6·25 전쟁 이후 도살되거나 군견으로 공출되며 수가 감소했고 1986년부터 전통 혈통견으로 추정되는 제주개 3마리를 찾아낸 뒤 보존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꼬리를 거의 꼿꼿이 세우는 게 특징이며, 수명은 15년 안팎입니다.
천연기념물 지정도 좋고 증식도 좋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제주개들의 행복일 겁니다. 귀중한 토종개인만큼 입양자 선발 방식을 개선하고, 추후 관리를 통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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