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증거로 채택된 게 중요… 당연한 판단”
삼성 “수첩 오류 가능성… 부정청탁 증거 안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상세하게 기록한 ‘안종범 수첩’을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공방이 오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5일부터 6일 새벽1시까지 이어진 이 부회장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 기록된 내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첩내용의 진정성과 관계없이 내용 기재가 존재한다는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는 채택하겠다”고 설명했다. 증거로는 채택하되 유ㆍ무죄를 판단할 때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이를 두고 특검과 삼성 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특검 관계자는 “재판부 판단은 당연한 거다. 직접증거는 당사자가 진술을 인정하거나 녹음파일이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하는데, 수첩내용은 안종범 전 수석이 받아쓴 거니까 애초부터 정황증거로 의미가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주 강력한 정황증거이기 때문에 뇌물죄 입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특검 입장이다.
반면 삼성 측은 법원 판단을 달리 해석했다. 이 부회장 측은 “수첩은 독대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나중에 전해 듣고 쓴 것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언급한 내용을 수첩에 반드시 기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첩에 적힌 내용이 삼성의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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