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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보기]박능후, 빈곤층엔 후하고 청년층엔 박하다?

입력
2017.07.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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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제도 저소득층 소외”

빈곤문제 해결 30년 간 한우물

“비정규직 문제 노령층 더 심각”

저출산 문제도 젊은층 탓 돌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3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박능후(61) 후보자는 사회복지 문제, 특히 빈곤 문제에 30년 가까이 천착해 온 학자입니다. 이런 그의 경력을 뒷받침하듯 그는 우리 사회의 빈곤층에 대해서는 매우 ‘프렌들리’한 모습을 보입니다.

박 후보자는 우리나라 복지 제도에 대해 ‘재정지출이 많은 사회보험제도(가령 국민연금)에 저소득계층이 대부분 빠져 있고, (저소득층이 주 수혜 대상인) 공공부조적 성격의 재정지출(가령 기초생활보장제도) 규모가 작은 것이 우리나라 복지재정지출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된 이유’(2012년 학회지 기고문)라고 통렬히 비판합니다. 후보자로 지명된 뒤인 지난 4일에도 “전 국민에 대한 기본소득 보장, 최저생활이 보장되는 기본 사회안전망이 확보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빈곤층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적극 나서서 해결을 해줘야 한다는 건데요. 장관에 임명이 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를 비롯해 부양의무제 폐지 등 빈곤층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적극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박 후보자는 취업난에 허덕이며 ‘삼포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세대)로 전락한 청년들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한국 사회정책의 현황과 과제’ 좌담회에서 청년 문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노령층”이라며 “비정규직 문제가 청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며, 청년이 자기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스스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겁니다.

박 후보자는 특히 젊은층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그 원인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청년들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그는 “청년들이 너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도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결혼을 하려면 이런 정도의 집이 마련돼야 하고, 예식은 어떤 수준으로 치르고 등 웬만한 조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결혼할 생각도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박 후보자는 “물론 그렇게 기른 기성세대 부모의 잘못도 있지만 그 껍질을 깨고 나가야 하는 것은 결국 청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구조적인 벽에 부딪쳐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젊은층이 듣기엔 몹시 거북할 수밖에 없는데요. 더구나 저출산 대책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로서 적절한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학자로서 자유로이 의견을 이야기할 때와 공직 수행은 분리되는 면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각만으로 장관으로서의 자질이나 향후 성패를 예단할 수는 없을 텐데요. 다만 “후보자가 된 지금은 우리 사회의 청년 문제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펴나갈 것인지는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란 전직 복지부 간부의 조언은 귀담아 들었으면 합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보건복지부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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