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등 장애인전용구역에
불법 주차하는 얌체족 기승
“아이가 보채서” 둘러대거나
“잠깐인데 뭘” 되레 화내기도
2일 오전 충남 당진시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 행락객들이 몰고 온 차량으로 휴게소 주차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사이 50대 남성이 비어 있던 일반구역을 지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차를 댔다. 차에는 장애인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는 표식(스티커)이 붙어 있지 않았다. ‘왜 주차를 했냐’는 질문에 그는 “화장실을 급하게 써야 했다”면서 둘러댔다.
이날 휴게소 장애인주차구역은 일반차량이 점령을 하고 있었다. “불찰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하는 운전자가 몇몇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이 보채서”라거나 “시간절약을 위해서”라는 핑계를 댔다. ‘일반구역에도 주차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지 않냐’는 지적에 “잠깐인데 좀 어떠냐”고 반박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주차구역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 아니냐”고 되레 화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장애로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만들어진 장애인전용주차공간을 얌체 운전자들이 농락하고 있다. “비어 있는 곳을 쓰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장애인 고충을 무시하는 얌체들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 장애인에 대한 시민 배려가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위반한 일반차량 단속 건수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민·관 합동점검으로 총 1,032건이 적발됐는데, 2015년(943건)에 비해 100건 가까이 늘었다. 일반차량의 장애인전용구역 주차는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는 엄연한 법 위반 사안이다.
위반자들은 “비어 있어서 주차를 했다”지만,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은 생각 이상이다. 장애인주차구역 이용대상자 8년 차인 최모(34)씨는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엔 장애인주차구역 이용을 아예 포기할 때가 많다”고 했다. 장애인구역 주차가 불가능해 일반구역을 이용하려 하지만, 오히려 ‘장애인은 장애인전용구역에만 주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 때문에 곤욕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휴가철 등 차량이 붐비는 때나, 고속도로휴게소 등 특정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정연희 장애학생지원센터장은 “불법 주차, 주차방해 행위 등 장애인 이동권 침해 사례는 사회 곳곳에 비일비재하다”며 “학교 경찰서 등 관공서 내 장애인주차구역 이용마저 어려울 때가 많다”고 했다. 실제 서울의 한 경찰서 내 장애인주차구역(총 3칸)은 최근 일주일 동안 1, 2대의 이용불가 차량이 상시 주차돼있었고, 공무용 경찰 차량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한 때도 있다. 강남구 한 건물 주차관리인 김모(70)씨는 “일반주차장 공간이 넉넉한데도, 꼭 이동이 편리한 장애인주차구역만 이용하는 일반차량이 몇 대 정해져 있다”고 귀띔하며 “주차공간 부족이 아닌 배려 부족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 센터장은 “장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일”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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