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올렸다가 3시간도 지나지 않아 삭제했다. 미국 주류 언론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관계여서, 평소 트위터를 지지자들과의 직접 소통수단으로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게재한 메시지를 삭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단순 실수라는 해석부터 회담 내용, 혹은 한국이나 일본 정상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6일 LA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위대한 3자 회동ㆍ만찬’(Great trilateral meeting & dinner)이라는 메시지를 세 정상이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나 해당 메시지는 3시간도 안돼 이날 밤 9시 무렵 트위터에서 돌연 삭제됐다. 당초 이 메시지와 함께 게시됐던 폴란드 군중들이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환호하는 메시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미뤄, 한미일 정상회담 관련 메시지는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위대한 만남’으로 평가했던 회담이 삭제된 배경을 놓고 워싱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만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인터넷 사이트(http://didtrumptweetit.com/)인 ‘트럼프가 이 트윗을 했나’(Did Trump Tweet It)에 따르면 3시간만에 삭제된 이 메시지는 인공지능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이 1% 미만이다. 대통령 계정을 관리하는 실무자가 올린 확률이 99% 이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무자가 정상회담 종료에 맞춰 미리 준비한 메시지를 신속하게 올렸으나, 회담을 마치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이 나중에 삭제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부활을 추진하는 등 통상정책에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힘을 합쳐 자신을 압박하는 아베 총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산케이 신문도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주의에 기운 아베 총리에게 불편함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데도, 대북 초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여전히 대화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감정의 표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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