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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은 대화만… ‘문샤인’은 대화ㆍ압박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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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은 대화만… ‘문샤인’은 대화ㆍ압박 동시에

입력
2017.07.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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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고도화에 이분법적 대응 난망

보수 여론 의식, 북한 인권 문제 거론도

과거 한미동맹 불안감 ‘반면교사’

중국 꺼리는 한미일 안보협력 동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 도시인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만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함부르크=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 도시인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만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함부르크=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무렵 미국 보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게재된 ‘한국, 달빛 시대(Moonshine Era)에 들어서다’란 제목의 기고는 문 대통령(Moon)의 대북 정책이 결국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햇볕(sunshine) 정책을 따를 것으로 짐작했다. ‘문샤인’이라는 말 자체에 ‘선샤인’의 아류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문샤인과 선샤인은 확실히 다르다. 지금까지 드러난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김대중 ㆍ노무현 정부의 햇볕 정책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 평화기조와 ‘대화로 문제를 푼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북 압박과 북한 인권 문제를 핵심으로 삼는 보수 진영의 대북 정책까지 흡수해 통합적인 대북 정책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문 정부 대북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다. 6일 오전 베를린 연설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으로 모든 문제를 풀자고 제의했던 문 대통령은 이어진 한미일 3국 정상 만찬에선 미일 정상과 함께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냈다. 기존 보수ㆍ진보 시각에서 보면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문 대통령이 하루 동안 대화와 압박 메시지를 동시에 낸 것은 이번 만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도발하자 ‘미사일 맞불’이라는 군사적 대응까지 불사한 뒤, 독일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는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압박과 관여 둘 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인식에서다. 지금껏 보수든 진보든 북핵 문제의 악화를 막지 못했던 건 제각각 압박ㆍ관여 일변도의 기조만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게 문 정부 판단이다. 문샤인은 결국 ‘더 많은 압박과 더 많은 대화’로 요약되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를 실제로 펴는 것은 우리 정부다”라며 “미국의 압박 정책에 동조하기 때문에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반발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의식해 꺼려오던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에 동조하고 나선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날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는데, 동맹국 정상들을 불러 중국을 압박하려는 게 미국의 의도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남북 교류,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함께 북한이 민감해 하는 인권 문제를 지적한 것도 의외로 평가된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는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 있는 인권 문제 거론에 신중했고, 이는 보수층이 공세를 펴는 빌미가 되곤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열악한 북한 주민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처럼 햇볕 정책을 변형시킨 문 대통령의 대북 전략은 시대적 상황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느 한 기조로 풀기가 어려울 만큼 보수 정부 9년간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상황이다. ‘압박 없는 대화’나 ‘대화 없는 압박’ 식의 이분법으로 분리해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핵 문제가 복잡해진 것이다.

과거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실패 경험도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대화에 초점을 맞췄던 김ㆍ노 정부는 강력한 대북 압박ㆍ봉쇄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숱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이런 한미 간 엇박자는 북핵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북미 관계 개선을 주선하는 우리 정부의 입지마저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외 대북 강경 여론을 끌어 안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햇볕 정책이 ‘북한 퍼주기’라는 보수 정권의 낙인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맞물리면서 김ㆍ노 정부 계승을 천명한 문 정부의 지지층 확장을 막았다. 북한 정권의 도덕적 파탄에 분노하고 예측불가능성에 불안해하는 구미(歐美) 등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의식해야 하는 변수다.

이런 문샤인의 보수적 색채는 진보 진영 내에선 실망감을 주는 요인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연설에서 내놓은 대북 제안의 수위가 기대보다 낮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을 공존의 상대로 인정하며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태도는 문 정부가 보수 정권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 정부가 현재 환경과 여건을 감안해 전략을 세우고 있어도 지향점은 결국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화해협력ㆍ평화번영 정책 계승 발전”이라며 “압박도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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