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장 퇴임사, 검찰 제도 도입취지 강조
“수사 역할만 강조하면 인권옹호 망각”
검사장 15명 물갈이 전망… 인적쇄신 예고
김희관(54ㆍ사법연수원 17기) 법무연수원장과 박성재(54ㆍ17기) 서울고검장이 7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후배인 문무일(56ㆍ18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지명에 따른 검찰 간부들의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서 사법연수원 선배인 17기 간부들의 용퇴는 시기가 문제였을 뿐 정해진 수순으로 간주됐다. 검찰총장의 선배나 동기는 옷을 벗는 검찰 내부의 관행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인 오세인 광주고검장과 김해수 대검 공판송무부장, 박민표 대검 강력부장, 이명재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도 검찰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안팎에선 다가올 정기인사에서 교체되는 검사장 이상 고위간부가 15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어, 검찰의 인적 쇄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재 고검장은 7일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올린 사의 표명 글에서 검찰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라의 특수한 사정으로 검찰이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거악 척결이라는 1차 수사기관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검찰권이 운영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 점이 검찰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와 배치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부조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박 고검장은 “검찰이 1차 수사기관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면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검찰의 역할은 망각되고, 경찰과의 구분도 어렵게 될 것이며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헤쳐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고검장은 검찰을 바라보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외부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검사들을 출세에 영혼을 판 사람으로, 보직과 승진이라는 미끼와 당근으로 조종이 되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며 “승진과 보직, 출세라면 정의롭지 못한 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출세를 포기한 검사들은 사건처리를 열정 없이 한다는 평가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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