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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매일 소량 음주는 몸에 좋다?

입력
2017.07.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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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건원 1억달러 규모 연구 착수

전 세계 8,000여명 6년 추적 조사

연구비 주류업체가 지원 논란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매일 적당히 마시면 술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의 진위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나, 연구의 객관성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Lifehack.org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매일 적당히 마시면 술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의 진위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나, 연구의 객관성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Lifehack.org

‘매일 적당량의 술은 건강에 좋다.’

의학계는 물론이고 일반인 사이에서도 10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이 주장은 100여년 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가 ‘1일ㆍ소량 음주’, ‘폭음’, ‘금주’ 집단을 비교한 결과, 술을 매일 조금씩 마시는 집단의 평균 수명이 가장 길다는 통계를 제시한 뒤 계속되고 있다.

적당량 알코올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심장기능을 강화시킨다는 게 음주 옹호론자들의 논리다. 알코올이 혈중 혈전을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여 준다고 주장한다. 반대론자들은 100년전 통계 해석이 잘못됐다고 맞선다. ‘1일ㆍ소량 음주’를 즐길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 ‘폭음’ ‘금주’ 집단보다 오래 사는 당연한 현상을 ‘술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오도했다고 반박한다. 실제 최근 연구에서는 소량의 술을 계속 마시면 심방세동(心房細動) 등 발병으로 심장에 해가 되고, 여성은 유방암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오랜 논쟁을 종식시킬 대규모ㆍ최종 연구에 착수했다. 총 1억달러를 투입, 매일 소량 음주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키로 했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16개 지역에서 50세 이상 남녀 성인 8,000명 자원자를 대상으로 향후 6년간 추적 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NIH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자 혹은 발병 가능성이 큰 성인을 무작위로 ‘1일ㆍ소량 음주’ ‘금주’ 집단으로 분류한 뒤 6년 동안 관찰 비교하는 방식이다. 1억달러 연구비 중 일부는 ‘1일ㆍ소량 음주’ 집단의 주류 구입비로 지원된다. 뉴욕타임스는 “해묵은 논쟁을 종식시킬 최종적 연구가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6년 후에도 논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연구가 시작되자마자, 금주단체에서 연구 순수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주도하는 순수 연구로 알려졌으나, 연구비의 70%가량을 세계 5대 주류업체가 후원하는 게 확인되면서다. 연구비 후원이 확인된 업체는 앤하이저부시 인베브,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으로 총 6,770만달러(약 740억원)를 약정했다.

NIH 연구책임자인 케네스 머케멀 하버드대 교수는 “주류업계 지원을 알지 못했다”며 연구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주류협회 관계자도 “이번 시험은 주류 업계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업계에 치명적 결과가 나와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주 시민단체는 연구의 객관성,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매리언 네슬레 뉴욕대 교수는 “업계가 후원한 연구는 결국 후원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놓게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음주의 전반적 해독성에도 불구, 한두 가지 지엽적 효과만 확인돼도 주류업계가 ‘음주=건강’ 마케팅의 소재로 침소봉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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