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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연합정치가 필요하다

입력
2017.07.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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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정치교체’는 선거전략 측면에서 실패했다. 국민은 국정농단 세력의 교체를 바랐다. ‘정치교체’ 보다는 ‘정권교체’가 시대적 요구였고,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60일이 넘도록 기본 골격인 정부조직법 처리는 기약이 없고, 내각은 확정되지 않았다. 추경은 한 달 넘게 심사조차 난망이다.

새 정권의 시작은 보수 또는 진보 정권의 정권교대를 넘어 사회의 틀을 바꾸는 추동력으로서의 새로운 세력의 출정이다. 정권교체가 단순한 정치세력 간 교체가 아니라 개발독재와 산업화, 냉전과 권위주의가 규정력을 발휘해 온 시대와의 결별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정치소통의 방식과 언어가 바뀌어야 하고, 여야 정당 간 타협이 마치 협치의 본질인양 인식하지 말아야 하는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당체제는 무늬만 다당체제이지 적대적 공존에 기반한, 양당체제의 폐해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시스템으로 일관했다. 적폐 청산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정권이지만 이를 위한 포괄적이고 거시적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태의 정당체제가 지속되는 한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지금의 정당체제가 적폐 그 자체로 전락할 수 있다. 소통은 식상한 용어가 됐고, 협치는 정당 간의 타협과 대화에 국한하는 진부한 관용어로 치부되고 있다. 협치란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 등 다른 섹터간의 부단한 소통과 토론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들 영역간의 대화가 제도화ㆍ관행화 됨으로써 수평적 연대가 가능해지고, 타협과 절충의 정치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협약의 절차와 수단이 되어야 한다.

2004년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한 당시 집권당 열린우리당은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152석의 과반 의석이 붕괴되었다. 2005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정을 제안했다. 연정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의해 일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하면서 “권력을 내주더라도 선거법을 고치는 게 목적”이란 말을 했다. 정치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시도는 당시 야당에 의해 정략적 시도로 평가절하되면서 실패했다.

현 단계에서 연정은 여권의 옵션에는 없는 것 같다. 시대정신인 적폐청산은 지금의 정당의석 분포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적폐를 일소하기 위한 개혁은 혁명과 달리 현행 제도의 틀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당체제의 재정열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선거에 의한 정당체제 개편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역발상으로 여권이 개혁의 주도권을 잡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인사청문 정국에서 야당의 반대를 가능한 범위에서 수용하고 야권에 그 자리를 채울 장관 후보 추천을 제안하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80%를 넘는 상황에서 야당은 거부할 명분이 없다. 연정의 명시적 제안은 아니더라도, 연정의 형태로 정치권의 대타협을 모색한다면 여야 상생의 연합정치의 단초를 열 수 있다. 적폐청산을 위해 모든 대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

한국이 부조리로 얼룩진 부패공화국이란 사실은 2016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부패인식지수 52위라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시민의 인식에서도 촛불혁명 정신은 일상적 정치투쟁에 묻혀 희미해지고 있다. 특단의 방략 없이는 부조리의 확대재생산은 불가피하다. 정당과 시민사회, 정부의 협치에 의한 정당이기주의의 타파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 협치의 피상적 강조는 불통을 낳는 정당체제를 온존ㆍ강화시킬 뿐이다. 대치를 협치로 바꾸기 위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역시 그 소명은 우선 집권세력에 있다. 연합정치를 고민할 때가 됐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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