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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특허놀음에 시장 포화 “이러다가…” 공멸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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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특허놀음에 시장 포화 “이러다가…” 공멸 위기감

입력
2017.07.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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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올빼미 면세점’ 전략 포기

한화는 희망퇴직ㆍ연봉삭감 하기도

영업력 등 검증 없이 특허권 남발

관세청發 과당경쟁이 치명상 불러

“특허권만 있으면 이익” 착각해

안이하게 접근한 기업도 잘못

검찰 ‘사업자 부당 선정’ 수사 착수

12일 오후 동대문 두산면세점.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한국 화장품이 판매되는 곳이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12일 오후 동대문 두산면세점.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한국 화장품이 판매되는 곳이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동대문 두타면세점은 매장 폐점 시간을 새벽 2시에서 자정으로 2시간 앞당기며 새벽 심야 영업전략을 사실상 포기했다. 올해 3월에는 다시 밤 11시로 영업시간을 1시간 추가 단축했다.

야시장이 열리는 동대문 지역의 특성을 십분 살려 새벽 심야 영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기대만큼 손님이 몰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낮에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개장 1년 만에 두타 면세점의 영업손실은 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2015년 11월 두산이 롯데를 제치고 신규 면세사업자로 선정됐을 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새벽 심야 영업을 하는 ‘올빼미 면세점’이었다"며 "개장 1년여 만에 핵심 차별화 전략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두타 면세점이 현재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 앞서 서울 시내 면세 사업권을 따내고 2015년 12월부터 여의도에서 면세점(갤러리아 면세점 63)을 운영중인 한화갤러리아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2월 면세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악화로 희망퇴직과 함께 과장급 이상의 연봉을 삭감했다. 최근에는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반납하며 면세사업 축소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사업 부분 영업적자는 438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는 127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황금알을 얻을 줄 알고 뛰어들었던 신규 사업자들이 지금은 면세 사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더구나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로 면세점 주 고객층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면서 면세점 영업 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두산과 한화는 관세청의 점수 조작으로 서울 시내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정작 면세 사업을 시작 한 후 단 한차례 분기 흑자도 내지 못하는 ‘승자의 저주’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적자의 원인을 초기 투자 비용으로 돌리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 면세사업권을 따낸 HDC신라 면세점이 최근 흑자로 돌아선 걸 보면 면세사업에 대한 노하우와 영업력이 실적 차이의 주요 이유라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면세 업계는 한화와 두산 면세점의 부진 원인을 ‘면세점의 꽃’으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 유치 실패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유명 면세점들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고가 명품 판매로 올리고 있는데 한화와 두산 등 신규 면세사업자들은 이들 브랜드를 유치할 노하우와 경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명품 업체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의 경우 희소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한 나라에 열 수 있는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다”며 “롯데 등 기존 면세점에서 영업하는 명품들이 굳이 신규 면세점으로 매장을 옮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두타와 한화 면세점은 개장 후 루이비통ㆍ에르메스ㆍ샤넬 등 이른바 3대 명품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였지만 모두 실패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주요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면세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은 특허권만 있으면 별다른 노력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며 “영업력과 노하우 경험 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특허권을 내준 관세청의 잘못이 크지만, 특허권만 얻으면 쉽게 이익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 기업들의 안이한 행태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물론 관세청이 면세사업 특허권을 남발한 것이 현 면세점 위기의 출발점이다. 관세청 관련 규정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등 특정 기준이 충족할 때 신규특허 발급 여부를 검토”하게 돼 있지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지시한 신규 면세점 4곳을 허용하기 위해, 자료를 왜곡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특허권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최근 2년 새 시내 면세점은 6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 업체 간 경쟁이 가중됐다. 더구나 사드 배치 문제로 면세점 매출의 70~8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업계가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이다. A 면세점 관계자는 “두산과 한화가 관세청 점수 조작으로 면세 특허권을 획득한 이후에도 관세청의 특허권 남발로 면세점 업계 전체가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하게 됐다”며 “면세 행정을 담당하는 관세청의 무책임한 특혜 놀음에 국내 면세사업 전체가 벼랑 끝 위기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면세점 사업자 부당 선정’ 의혹 사건을 특수1부(부장 이원석)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그간 특수1부가 국정농단 전반에 대한 수사를 맡아온 점에 비춰 면세점 선정 의혹 수사가 국정농단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세점 특허권 갱신을 조건으로 내세워 롯데에게 K스포츠재단 추가출연금을 약속하도록 한 것인지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은 우선 면세점 선정 점수 조작과정에 관여한 천홍욱 전 관세청장과 실무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청장은 점수가 조작된 공문서의 파기 의혹도 받고 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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