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가 공사를 일단 멈추고 건설을 지속할지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에 들어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4일 오전 본사가 아닌 경주 북군동 스위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기간 중 일시 중단 계획안’을 의결했다. 한수원 내부 인사인 상임이사 6명과 외부 인사인 비상임이사 7명 모두 참석했고, 과반수인 12명이 찬성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이로써 신고리 5ㆍ6호기는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 동안 공사를 중단하게 된다. 정부는 공론화 결론을 토대로 건설 지속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3개월 내에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수원은 다시 이사회를 열어 추후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3개월 공사 중단으로 기자재 보관과 건설현장 유지ㆍ관리, 협력사 손실비용 보전 등에 약 1,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협력사와 함께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수원은 공사가 향후 재개됐을 때 품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현장점검과 안전조치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 올라가기 시작한 신고리 5호기 원자로 건물은 안전을 위해 8월 말까지 마무리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의 이날 결정에 대해 노동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사회가 노조의 반대로 전날 회의가 무산되자 외부에서 비밀리에 기습 회의를 열어 중단 계획안을 몰표로 통과시킨 데 대해 한수원 노조는 “국가 중요 정책을 ‘도둑 이사회’로 결정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사측은 “긴급하게 이사회를 여는 게 오히려 신뢰성을 훼손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론화를 적기에 수행하기 위해 빠른 의결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수원 이사회가 정부 정책 추진을 위한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비판과 함께 공론화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갈등의 불씨가 남게 됐다.
국무조정실은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9명으로 구성하기로 하고, 위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위원장은 중립적이면서 사회적 덕망을 갖춘 인사를 위촉하고, 그 외 위원은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조사통계, 갈등관리의 4개 분야에서 각 2명씩 선정한다. 분야별로 후보자 총 24명을 추천받은 뒤 원전 찬반 단체에 의뢰해 각 진영에서 반대하는 인사를 제척하는 방식으로 최종 위원을 선정할 예정이다.
한수원의 이날 결정으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었던 신규 원전 6기를 포함해 총 8기 원전이 문재인 정부 들어 모두 일시 중단 상태가 됐다.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3ㆍ4호기는 한수원이 지난달 설계를 중단했고, 경북 영덕군 영덕읍 천지 1ㆍ2호기는 부지 매입과 환경영향평가를 보류했다. 부지와 명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신규 원전 2기는 지금으로선 진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향후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결과에 따라 다른 신규 원전 6기의 운명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