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남성, 합의 거부하자
피해자 친구의 페북 사진 단서로
병원 알아낸 뒤 찾아가 살해
추억 남기는 SNS가 범죄 초래
“게재 전 위치정보는 삭제해야”
누군가 엄밀한 감시망을 동원하지 않아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용자들의 정보가 넘쳐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무심코 일상 행적을 올렸다가 범행의 표적이 되거나 곤욕을 치르는 일이 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지역 기숙사 등에 거주하는 여대생 SNS를 이용해 절도행각을 벌여 온 40대 남성이 기소됐다. 이 남성은 여대생들이 즐겨 하는 커피숍, 쇼핑센터 등에서의 인증샷을 보고 손쉽게 거주지와 동선을 파악한 뒤 기숙사나 집이 비어있는 틈을 타 노트북, 보석, 속옷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쳤다. 피해액은 25만6,000달러, 피해자는 최소 33명이었다. 위치확인 기능을 켠 상태로 게시한 사진에 촬영장소나 업로드 장소가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SNS를 악용한 범행은 국내에서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에 매장 주소가 노출된 한 의류매장 운영자가 강도 위협에 노출됐다. 계정에 올라온 사진과 주소를 본 김모(27)씨가 피해자의 집을 털어 자신의 빚을 갚기로 마음먹고 미행을 했던 것. 김씨는 집으로 들어가는 피해자의 눈과 입을 막고 금품을 뺏으려다 저항에 부딪히자 도주했다가 나중에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2014년에는 성폭력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합의를 거부하는 10대를 병원에서 보복 살해하는 끔찍한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만나주지 않자 피해자의 친구가 SNS 계정에 올린 병실사진 등을 단서로 병원을 알아낸 뒤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2013년 페이스북과 트위터 한국인 계정 934만개를 분석한 결과, 이메일 전화번호 등 식별정보가 공개된 경우는 1%에 불과했지만, 이름, 학교 등을 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계정은 35만개에 달했으며 다수의 정보를 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는 297만 계정에 달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용자들은 추억을 남기려는 것이지만 절도, 강도, 성범죄 등을 저지르려는 이들에게는 범죄의 단서로 삼을 수 있는 만큼 게재 전 위치정보 등은 삭제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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