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의혹’에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임명되자, 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페이스북에 ‘분노의 촌평’이 잇따라 올라오는가 하면, 여러 의혹에도 안면몰수하고 버틴 송 장관에게 주는 ‘표창장’까지 등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인사청문 정국에서 ‘주포’로 활약했던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송 장관이 1991년 3월 경남 진해에서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실과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 확인하려 보좌진과 경남 진해기지사령부를 방문해 당시 경찰에서 헌병대로 이첩된 최초의 사건접수 기록까지 ‘발굴 취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송 장관이 같은 해 7월에는 서울 노량진에서 함께 가던 동기 해군의 음주운전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파헤쳤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김 의원은 송 장관 임명 전날까지 ‘검증’을 쉬지 않았다. 송 장관이 제1연평해전 기념일인 2012년 6월 15일 군 골프장을 이용한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송 장관은 1999년 제1연평해전 승전으로 무공훈장을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뿐 아니라 연평도 포격 도발 추모행사가 있었던 2013년과 2014년 11월 23일, 천안함 피격 6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지난해 3월 26일에도 송 장관이 골프장을 출입한 기록을 공개했다. 이미 방산비리 연루 의혹, 방산업체 자문 등 논란에 휩싸인 송 장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힌 사안들이었다.
김 의원은 13일 청와대의 송 장관 임명 직후 페이스북에 분통을 터트렸다. 김 의원은 “송영무 임명은 대한민국 모든 범죄자들에게 나도 국방부 장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했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14일 본보 통화에서 “통상의 장관 후보자라면 ‘한 방’만 맞아도 자진 사퇴할 수준인데 대여섯 방을 맞고서도 임명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인사청문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검증에 임한 것으로 내 소임은 끝났다”며 “그럼에도 인사권자로서 송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후 자신의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뿐 아니라 같은 국방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들도 한 목소리로 송 장관 임명에 고개를 내저었다. 한 보좌진은 “숱한 의혹들이 무의미해진 인사청문회였다”며 “국회 인사청문 제도에 회의가 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이색 논평’으로 논란의 장관들에 일침을 놨다. 오 대변인은 이날 ‘표창장’ 형식을 빌려 “문재인 정부의 옥동자, 김상곤 장관, 송영무 장관 임명을 축하한다”는 반어적인 논평을 냈다. 오 대변인은 “위 두 사람은 논문표절, 음주운전 은폐, 방산비리 의혹 등 각종 부정·비리의 주역으로서 국회의 부적격 의견과 국민의 반대 의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안면 몰수와 버티기로 장관에 임명되어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였기에 이 상장을 수여함”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기 드문 양심으로 자진사퇴를 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좀 더 ‘나라다운 나라’에서 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국방장관 임명 강행은 불만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나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독선보다는 소통 상생의 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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