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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칼럼] 생산성과 포용성, 두 마리 토끼 잡기

입력
2017.07.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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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보다 ‘잘’, 시스템 효율 높여야

OECD는 인적 역량 높이는 데 주안점

진입장벽 트고 구조조정 상시화 필요

서울 아현동 시장골목 옆 오래된 단독주택 지하에 허름한 동네 이발소가 있다. 한때 이발협회 회장을 했다는 환갑 가까운 이발소 주인은 능숙한 가위질로 머리를 자르고 숱을 치고 다듬는다. 이를테면 이발의 달인이다. 뜨거운 수건 찜질 후 면도하고 머리 감기고 드라이까지 하고 받는 요금은 1만원이 채 안 된다. 근처 깔끔한 빌딩, 근사한 인테리어의 헤어숍은 헤어를 미적으로 디자인해서 그런지 요금이 이발소의 두 배쯤 된다. 서울 들를 때 종종 가던 이 이발소가 문을 닫았다. 40년 숙련된 이발 기술을 젊은 헤어 디자이너에 견주랴마는 생산성이 높지 못했고 결국 시장에서 밀려났다.

투입 대비 산출로 정의되는 생산성은 측정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하는지에 대한 지표인데 주관적, 심미적 척도가 아니라 시장의 금전적인 평가라서 열심히 만들어도 고객을 못 끌면 생산성은 낮다. 생산성이 낮으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잘 사는 선진국은 근로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경제발전과정에서 높아졌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0%를 밑돈다. 지난 몇 년간 생산성이 둔화되었는데 경제 성숙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둔화 속도가 빠른 게 걱정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투입을 줄이거나 산출을 늘려야 한다. 노동 투입의 효율화는 사람의 삶과 관련된 것이라 감원이나 고용 안정성 악화로 포용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만 OECD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또한 시급하다. 늦게까지 일하고 눈치 보며 퇴근 못 하는 행태가 있다면 과감히 고치고 부담이 과중한 업무를 나눌 때도 됐다. 근로시간과 업무 스트레스가 과도한 상황이라 마른 수건 쥐어짜기보다 근로 문화를 개선해서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산출을 늘리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해법이다. 사람과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하려면 진입 규제를 트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확산하고 시스템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 전문인력이 외국보다 턱없이 적은 법률, 의료 분야 등의 진입 장벽을 터서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고 가치를 창출하게 해야 한다. 낮은 창업ㆍ폐업률과 신생기업 비중에서 드러나듯 역동성 저하도 생산성 둔화의 원인이다. 막힌 하수구를 뚫어 좀비 기업의 퇴출 길을 열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게 해야 혁신이 일어난다. 개개인이 열심히 해도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면 1997년과 2008년 위기처럼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거시경제 불균형, 사회갈등 등 구조적 취약성을 줄이고 총체적인 시스템 효율을 높여야 한다.

가치 창출과 분배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성과를 함께 나누는 포용성은 우리가 많이 부족한 분야다. 시장에 맡겨도 제어되는 생산성과 달리 포용성은 그냥 두면 악화되는 데다 생산성과 상충되기 쉽다.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고 플랫폼 종사자가 늘어나는 등 일의 미래가 불확실하며 분배도 악화되는 상황이라 포용성을 높이려면 정부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발전 패러다임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정책 프로그램은 디테일을 살려 실효성 있게 짜야 한다. 생산성과 포용성 둘 다 잡기 위한 방책으로 OECD는 인적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평생 학습, 훈련,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생애기간 생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울 것을 권고한다. 취약계층에 대해 교육, 보건, 주택 접근 기회를 넓히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혁신친화적 환경, 촘촘한 사회안전망, 사회적 신뢰 등 유연하면서도 포용적인 제도를 갖추는 것이 기본적이고도 가장 어려운 과제다.

이발소뿐 아니라 동네 빵집, 순대, 두부 가게도 골목에서 점점 떠밀려나고 있다. 어쩌면 이들 달인들이 실력을 뽐내며 편리와 정감을 주는 생산적인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지 여부가 생산성과 포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지 리트머스 시험지일 것이다.

윤종원 주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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