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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세까지 현역 의사 생활한 日 의학계 산증인 하늘나라로

입력
2017.07.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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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하라 시게아키 타계

‘생활습관병’ 개념 만들어 화제

“안보법 반대” 사회문제도 목소리

18일 별세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성(聖)루카병원 명예원장이 생전에 환자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히노하라 시게아키 페이스북 캡처
18일 별세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성(聖)루카병원 명예원장이 생전에 환자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히노하라 시게아키 페이스북 캡처

“항상 부족한 듯 소식(小食)하라.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걸어라. 한 번에 두 계단씩 오르고, 틈만 나면 목을 좌우로 돌리고 복식호흡을 하며 웃는 얼굴로 취미에 집중하라.”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평생 현역’의사로 유명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성(聖)루카병원 명예원장이 18일 타계했다. 향년 105세. 100세를 넘어서도 최근까지 진료와 저술ㆍ강연활동을 열정적으로 펼친 거목이 세상을 떠나자 일본 의학계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고인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그가 이름 붙인 ‘생활습관병’이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환자 중심 의료’를 주창해 의료계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다. 89살이던 2000년엔 75세 이상 노인들을 모아 ‘신(新)노인의 모임’을 창설해 고령자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호소하는가 하면, 베스트셀러 ‘사는 방식 능숙함ㆍ生き方上手’을 펴내 화제가 됐다.

그는 아침에 커피와 우유, 올리브오일을 넣은 주스를 마시고 점심은 우유와 과자, 저녁은 밥 반 공기에 생선을 곁들였다. 배꼽 부위에 넓은 베개를 놓고 평생 엎드려 잔 것으로 유명하다. 복식호흡을 유지하고 위장운동과 배뇨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1911년 야마구치(山口)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교토제국대(현 교토대) 의학부를 나와 성루카국제병원 내과의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1954년에는 민간병원에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도입했고, 1956∼57년 총리를 역임한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인정받는 의사였다.

그는 1970년 민간항공기 ‘요도호’ 납치사건 때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나는 뜻밖의 일도 겪었다. 공산주의 과격단체 적군파(赤軍派) 조직원들이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한 이 사건 당시 그는 비행기에 타고 있다가 김포공항에서 풀려났다.

2010년 가천의과학대학교로부터 명예 이학박사학위를 받은 고인은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목소리를 잃었다가 수술을 받고 재기한 한국인 테너 배재철 씨의 팬이자 후원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배씨의 노래에 매료된 뒤 공연에 동행하며 후원을 펼쳤다.

의료분야 외에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해왔다.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안보관련법제를 제정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시도를 굵직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당시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의료개호복지관계자의 모임’이 발표한 성명에 함께하며 “인명의 중요성을 의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의사야말로 평화의 최전선에 서서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2007년에는 아사히신문에 쓴 칼럼에서 제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 대신 새로운 국가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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