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개헌ㆍ정치개혁 등 추진
2019년부터 정책 성과 본격 창출
막바지엔 공약 완전 이행 주력
입법 과정서 당정청 긴밀한 공조
야권과 협치는 빠져 있어 우려도
문재인 정부는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선(先) 개혁 드라이브, 후(後) 입법화’ 전략을 세웠다. 여소야대 국회를 의식해 내년까지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개혁 과제를 우선 추진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한 뒤 본격적인 법률 개정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개헌과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정기획위가 이날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행정규칙을 포함해 647건의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이중 465건은 법률 제ㆍ개정 사항으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하더라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상당수 국정 과제가 공염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정기획위는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국정과제 이행을 ‘혁신ㆍ도약ㆍ안정’ 3단계로 나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혁신기’로 규정한 뒤 시행령ㆍ시행규칙 등 정부 차원에서 추진이 가능한 부분부터 착수하고 중장기 과제는 시범사업 실시 등으로 본 사업 추진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이미 시동을 걸고 있는 적폐청산, 반부패ㆍ권력기관 개혁, 경제민주화 조치 등 개혁 과제를 과감하게 이행하면서 개헌과 정치개혁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률 개정 사안인 경우 국회 통과 보다는 국회 제출을 마무리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는 적폐청산 및 반부패 개혁 드라이브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한 뒤 이를 토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 및 개헌 추진을 계기로 국회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이어 2019년부터 2020년을 도약기로 규정, 새 정부 대표 정책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창출하는 시기로 잡았다. 사회적 합의가 원만히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 광역자치경찰제 전면 실시와 5G 조기 상용화, 준자율주행차 조기 상용화, 한국형 구제역 백신 생산과 연대보증제 폐지 등을 가시화할 예정이다. 핵심 정책의 입법화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겠다는 것이다. 임기 막바지인 2021년부터 2022년 5월까지는 안정기로 한국형 실업부조 시행과 공공기관 비정규직 폐지 등 주요 개혁 및 공약이 완전히 이행될 수 있는데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한 국정과제 진행 과정을 컨트롤 할 정책기획위원회를 청와대에 설치해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정책기획위는 국무조정실과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대통령 직속인 일자리위원회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도 총괄할 예정이다. 입법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간 긴밀한 공조체제도 갖추기로 했다. 당정은 물론 국회 상임위와 정부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부처간 이견이 조정된 단일한 창구를 마련해 불필요한 혼선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당도 국정과제 관련 법안별로 1, 2명의 전담 의원들을 붙여 뒷받침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정과제 이행 전략에는 야당과의 협치 대목이 빠져 있어 사실상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단계로 구분한 이행 계획 자체가 야당과의 협치 보다는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짠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여권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100대 국정과제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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